[전문가 기고] 설상가상의 연금개혁, 가래로 막을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

2022-03-11 00:10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보험연구원]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들 모두가 공적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구두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사실 정치권의 연금개혁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노동유연화와 연금개혁을 추진하다가 실각하였고,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공적연금 수령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의 대통령 재선에는 실패하였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임기 초부터 추진해 오던 연금개혁을 유보한 바 있다. 연금개혁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누구나 개혁을 외치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늦게 시작한 연금제도이기에 선진국보다 연금개혁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연금개혁의 골든타임도 지나가고 있다. 2018년 제4차 재정계산이 있고 나서 겨우 4년이 지난 오늘, 인구와 경제 환경의 변화만으로도 기금 소진 예상시점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이나 앞당겨졌다는 사실이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연금개혁 논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연금개혁의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개혁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부채도 급속히 팽창하여 GDP의 50%를 초과하였고, 이로 인해 국가재정의 여력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연금개혁의 성공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내년이면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제도가 시행된다. 여러 차례의 재정계산과 이에 따른 다양한 제도개선안이 제안되었지만 최근 15년 동안 연금개혁은 긴 터널 안에 갇힌 채 꿈쩍도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연금개혁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와 사용자 간 보험료 부담,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세대간 재정 문제, 그리고 이를 중재할 정부와 국회 간의 정치적 이해 충돌 등이 그것이다.
 
17년 전 연금개혁은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낮추고, 연금수령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등 연금급여 중심의 불균형적 개혁이었다. 이제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연금개혁의 핵심이 될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재정안정과 노후소득 모두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이 상황에서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발견해 낸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우리는 나보다 더 똑똑하다’를 생각해 본다. 바로 지금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집단지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역사를 거슬러 1979년 덩사오핑이 말한 ‘흑묘백묘’에서 지혜를 찾아보자. 1979년 중국 덩샤오핑은 집권하자 이전 마오쩌둥 시대와 다른 국가전략을 내세웠다.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과 경제를 일으키고자 했다. 이때 어록이 흑묘백묘다. 피폐한 민생을 개선하는 데 공산주의냐 아니냐를 따지지 말자는 것이다. 이 발언은 오늘날 중국 발전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복지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고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재정수지를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노인빈곤 해소 차원에서 기초연금도 인상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은 자명하다. 국민연금을 개혁하고 공적연금을 사적연금이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실사구시형 노후소득보장 종합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호미로 막을 기회를 놓쳐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둑이 무너져 모든 것이 허사가 되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