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흙의 날'을 맞이하여
2022-03-09 14:33
오는 3월 11일은 ‘흙의 날’이다.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어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다. 숫자 3은 우주를 구성하는 천(天)·지(地)·인(人) 3원,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의미하며, 숫자 11은 흙 토(土)를 풀어보면 십(十)과 일(一)이 되는 의미에서 정한 날이다.
흙의 가치를 깨닫고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지 얼마 안 된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 곳곳에서는 오래전부터 토양의 날을 지정하고 그 중요성을 전파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농업환경을 중요시하는 EU는 2002년 환경부처 차원에서 토양선언을 한 바 있고, 미국은 2008년 상원 의회에서 토양의 중요성을 법제화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가까이 있을 때 소중함을 잘 모른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흙의 소중함을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흙은 농경은 물론이고 사람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우리는 흙 위에서 생활하고 흙에서 생겨난 것들을 먹으면서 평생을 살다가 삶을 다한 뒤에는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 또한, 흙이 건강해야 작물이 건강하고 그 농산물을 먹고 사는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중한 흙이 산업화 및 도시화 과정에서 오염되어 그 귀중한 가치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농촌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흙을 아프게 하고 있다.
또한 흙은 최근에 많이 거론되고 있는 ‘탄소중립’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흙은 대기 속에 있는 탄소를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포집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흙 속의 탄소 함량이 증가하게 되면 기후변화 완화뿐 아니라 작물 생산량 증가, 생물다양성 증진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흙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능력을 잘 활용하면 탄소중립 시대를 훨씬 더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흙은 한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어려운 특성 때문에 특별히 더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해야 한다. 우선, 누구나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쓰레기 줄이기, 분리수거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농약 사용 대신 천적(天敵)을 이용하는 친환경병충해 방법을 활용하고, 산업폐수 배출관리를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강한 흙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이자 약속이다. ‘흙의 날’을 맞이하여 흙이 건강해야 우리의 삶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고, 농업의 근간이자 삶의 터전인 흙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