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산불, 강원 삼척까지 확산…"국도 전면 통제·주민 대피령"(종합2보)

2022-03-04 22:22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국도가 전면 통제됐다.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가 위협받는 등 화마가 산림은 물론 민가와 주요 시설까지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4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현재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바람을 타고 북상하면서 강원 삼척 원덕읍 일대로 빠르게 번졌다. 현재까지 산림 피해 면적은 축구장(0.714㏊) 85개 면적인 60㏊(60만㎡)로 추정되며 원덕읍 월천리 민가 4채도 탄 것으로 파악됐다.
 
원덕읍에는 깃발이 날릴 정도로 순간최대풍속 초속 5m 안팎의 바람이 불고 있으나, 북쪽이 아닌 바다 방향으로 불면서 불길이 원덕읍 가곡천 위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부터 닷새째 건조특보가 내려져 있어 습도가 30%로 매우 건조하고, 이날 오후부터 강풍주의보까지 발효돼 악조건 속에 당국은 방어선을 구축하며 확산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이 산 정상 부근에서 능선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고, 불이 강풍을 타고 가곡천을 넘으면 곧장 호산리 LNG 생산기지가 있다. 산림 당국은 산림청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200여명을 투입했으며 이날 오후 6시 20분께 월천삼거리 주유소에 현장 지휘 본부를 설치,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불이 LNG 생산기지에서 불과 2㎞ 떨어진 고포마을까지 번지면서 소방당국은 대원 225명과 장비 85대를 LNG 기지에 집결시키는 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진에 배치할 예정이었던 중앙119구조본부 대용량 방사포도 방향을 돌려 LNG 기지에 배치했다.
 
원덕읍 월천리·산양리·노경리·사곡리·기곡리 주민 114명은 읍사무소와 복지회관 등으로 나뉘어 대피했다. 월천리와 산양리에 있는 요양원 환자와 시설 관계자 77명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원덕읍 호산리 호산교차로∼울진 방향 7번 국도는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울진 산불로 인해 전력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강릉지역 시설물 형광등까지 깜빡임 현상이 일어나는 등 강원 곳곳에 산불 여파가 나타나기도 했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현재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지역으로 확산하여 주요 시설물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울진과 삼척 주민들은 산림 당국과 지자체에서 발표하는 재난방송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4일 오후 8시 30분께 앞서 오전 11시께 경북 울진군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길이 약 2km의 산등성이를 불태우며 강원도 삼척시로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