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격차' 자산 형성 막막한 청년들..."맞춤형 지원 필요"
청년층, 주식·채권·펀드·가상화폐 등에 관심···응답자 42% "나는 빈곤층"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2명 중 1명꼴로 주식·채권·펀드 등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절반가량은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10명 중 4명은 자신이 주관적으로 빈곤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작년 7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청년기본법상 청년 법정 연령인 만 19∼34세 4114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주거 형태, 자산보유 현황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응답자의 48.6%가 현재 연간소득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35.1%,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6.2%에 불과했다.
청년들의 총 연간소득은 평균 222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근로 및 사업 소득은 평균 1955만원, 부모나 친척 등으로부터 받은 연간 소득은 평균 268만원이었다. 다만 응답자의 41.4%가 현 연간소득 규모를 '2000만원 미만'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2000만∼4000만원 미만'(32.4%), '4000만∼6000만원 미만'(1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의 상당수는 현재 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2.9%)이 주식이나 채권,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 재산 중 주식, 채권, 펀드 규모는 평균 1150만원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5명 중 1명꼴(21.7%)로 나타났다. 주식과 코인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이들의 39.6%가 장기적 자금운용을 위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단기적 수익 실현을 위해'(30.2%)서라는 답변도 그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35.5%는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에 빚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채 발생 요인은 주거비 마련(38.0%) 비중이 가장 높았고, 생활비(26.1%)와 학자금 마련(19.8%) 순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주관적 빈곤 인식'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42.6%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19.2%에 그쳤다.
자신이 빈곤하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34.3%는 향후 빈곤 탈출 가능성을 낮게 봤다. 탈출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28.5%에 불과했다. '한국사회 청년 빈곤층의 빈곤 탈출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30.7%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빈곤 탈출이 가능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25.6%로 부정적 응답자보다 그 비율이 낮았다.
"투자만이 살길" 금융부채 늘리는 2030···자산시장 거품 속 리스크 확대
이러한 가운데 청년층의 금융부채 증가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로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조사 결과도 도출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을 위한 금융정책의 필요성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0년 금융부채가 자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령별·소득계층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 청년층은 중장년층과 비교해 금융부채 규모는 비슷하지만 소득과 자산이 낮아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의 금융부채 증가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부채가 1% 증가할 때 소득계층별로 부동산 자산이 증가하는 정도는 20대 저소득층 0.256%, 고소득층은 0.399%로 나타났고, 30대의 경우 저소득층은 0.403%, 고소득층은 0.279%로 조사됐다. 20대 고소득층과 30대 저소득층의 금융 차입을 통한 부동산 투자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금융부채 중 담보대출이 1% 증가할 때 부동산 자산이 증가하는 정도는 30대 저소득층(0.532%)이 가장 높았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신용카드대출이 부동산 자산(계약금·중도금 납입액)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은 특히 20대 저소득층에서만 나타났다"며 "저소득 청년층이 전월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많이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청년층의 '빚투' '영끌' 분위기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거품이 꺼질수록 청년층의 빚 상환 능력이 저하되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년층에 맞는 자산 형성 수단 제공과 임차보증금 지원 등의 맞춤형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영끌, 빚투가 자산시장의 '붐-버스트(boom&bust) 사이클에 편승할 경우 부채상환 능력이 저하되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축액 등 자산이나 소득 수준이 낮은 20대 청년층일수록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저소득 청년을 포함한 청년층에는 가급적 이른 나이부터 장기·분산·적립식 자산 형성 수단을 제공하고, 주택구입 자금보다는 전월세보증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청년층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가입 신청을 받고 있는 '청년희망적금'처럼 맞춤형 정책금융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가 3600만원(종합소득금액 2600만원) 이하인 청년(만 19살 이상~34살 이하) 가입자가 월 최대 납입 한도(50만원)를 만기 2년 동안 꽉 채워 부으면 연 10%의 고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김 연구위원은 아울러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청년들에 대해선 신용회복 지원을 확대하고 취업, 재취업 지원 등 신용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병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