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적자' 한전 "신재생 의무화 때문에"...산업부 "말도 안 돼"

2022-03-03 17:22
한전, 해마다 늘어나는 RPS 비율에 비용 부담 가중
지난해 전력 거래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 약 4.9%
"RPS 조정은 어렵지만 한국에 맞는 설비 마련해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좌)과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우)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6조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로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미친 영향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은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5조8601억원으로 적자 전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인 2008년 영업손실 2조7981억원을 훨씬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이다. 2020년 영업이익 4조1000억원에서는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한전은 적자 요인으로 저조한 전기판매수익 실적과 연료비·전력구입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LNG 발전량이 증가하고 RPS(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 의무이행 비율이 상향된 결과”라고 밝혔다.

RPS는 500Mw 이상 발전 설비를 갖춘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제도다.

지난해 RPS 비율은 9%로 전년보다 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전 자회사 6개가 신재생 등을 이용한 발전량은 1.7TWh 늘었다. 이는 LNG 이용 발전량 증가분인 12.7TWh의 13.3% 수준이다.

반면, 정부는 한전에게 부여된 RPS 비율이 적자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 적자 이유는 RPS 보다 전력도매가격(SMP)이 올랐기 때문이다”며 “RPS가 적자 요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저히 적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거래량 527TWh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6TWh로 약 4.9%에 불과했다. 다만,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력거래량에서의 비중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사 입장에서는 RPS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하면 비용이 상승해 전력 판매 단가도 높아진다”며 “전기를 비싸게 사와도 판매하는 단가는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이어 “SMP 단가가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전기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RPS 등 신재생에너지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RPS 비율을 올해 12.5%,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로 늘려 오는 2026년까지 법정 상한인 25%까지 올릴 계획이다.

전문가는 RPS 비율 증가가 한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공동대표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과도하고 성급하게 들여왔기 때문에 적자가 늘어났다”며 “이제 와서 관련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RPS를 조정할 수도 없지만, 한국 환경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RPS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가 늘어나면 한전 부담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연료비가 올랐더라도 다른 대안인 원자력 등을 이용해 연료 사용량을 줄였다면 적자 폭이 줄어들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