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지금 2022년 맞나요?" 포켓몬빵 스티커 모으는 어른이들

2022-03-03 16:01
1998년 출시돼 2006년 단종된 포켓몬빵…16년 만에 재출시
포켓몬빵, 편의점 빵 매출 견인…CU 빵 매출 작년 대비 30%↑
포켓몬빵 띠부씰 인기에 중고거래 활발…빼돌리기 정황도

[사진=SPC삼립]

30대 직장인 황병준씨는 퇴근길에 편의점을 들른다. 1998년에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스터빵(포켓몬빵)이 재출시되면서다. 2006년에 단종됐으니 16년 만에 돌아온 셈이다. 초등학생 때 용돈을 모아 하나씩 사 모았던 '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도 16년 전 그대로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주 소비층은 직장인이 됐다. 빵을 종류별로 사 띠부씰을 마음껏 모을 만큼 지갑 사정도 나아졌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어른+어린이)들이 띠부씰 수집에 나서면서 포켓몬빵이 때아닌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3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에서는 포켓몬빵이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3일 이후 이달 1일까지 전체 빵 매출 중 1위를 차지했다. 포켓몬빵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빵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 기간 CU의 전체 빵 매출은 작년보다 30.4% 늘었다.

다른 편의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로켓단 초코롤', '고오스 초코케익', '파이리 핫소스팡' 등 포켓몬빵 3종이 나란히 빵 매출 1, 2, 3위에 올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물건(포켓몬빵)을 진열하자마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예약 구매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마트24에서도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포켓몬빵 3종이 양산빵 상품군에서 1∼3위에 올랐고, 양산빵 전체 매출도 34% 늘었다. 

포켓몬빵 소비가 늘면서 물건이 순식간에 동나자 포켓몬빵 재고가 있는 매장을 공유하는 글도 올라온다. 충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회원은 "아이들이 사달라는데 다들 난리인지 (재고가) 없다. 재고 있는 편의점을 알려달라"고 글을 남겼다.

이에 다른 회원은 댓글로 "나도 오늘 허탕이다. 내일 다시 도전할 예정"이라고 공감했다. 편의점 알바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손님이 포켓몬빵을 많이 찾는다", "포켓몬빵을 진열하자마자 한 사람이 싹 쓸어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특히 포켓몬빵에 동봉된 띠부씰을 모으는 이들로 '띠부씰' 중고거래도 활발하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엔 포켓몬빵 띠부씰을 개당 1000원에 올린 판매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소장 가치가 있는 레어템(희귀 아이템)은 개당 3만원에도 올라온다. 빵 하나 가격이 15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빵보다 띠부씰이 약 20배 더 비싼 셈.

그러다 보니 띠부씰을 몰래 빼돌리는 정황도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포켓몬스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오늘만 700장'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침대 위에 띠부씰 수백장이 널브러진 사진을 올리면서 "포켓몬빵에 동봉된 띠부씰 700장을 장당 800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한 회원이 "빵을 다 산 거냐"고 묻자 글쓴이는 "아니오"라고 답해 띠부씰만 몰래 빼돌린 뒤 되파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글쓴이는 "유통된 빵을 대량으로 사는 분들에게 씰만 가져온 것"이라며 직접 돈 주고 샀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SPC삼립은 포켓몬빵이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개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