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사업 재편 덕에…구미 A3 공장 삼키는 LG이노텍

2022-03-03 15:40
TV 생산라인만 남는 A3 공장…LG이노텍 인수 유력

LG전자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구미 A3 공장이 비게 되면서 LG이노텍이 인수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양사 간 거래가 이뤄지면 반도체기판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LG이노텍이 보다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모바일 사업에 이어 최근 태양광 셀 및 모듈 사업까지 철수를 결정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 수익이 크지 않은 비주력 사업을 신속하게 정리하고, 대신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자한다는 의도다.
 
특히 태양광 셀 및 모듈 사업의 철수로 LG전자 구미 A3 공장은 대부분 공간이 비게 됐다. 오는 6월 30일까지만 태양광 패널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향후 TV 생산라인만 일부 가동하게 된다. 실질적으로는 오는 5월까지 구미 내 태양광 셀 및 모듈 생산라인이 가동될 전망이다.
 
업계는 향후 LG 계열사 가운데 LG이노텍의 구미 A3 공장 인수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LG이노텍이 A3 공장 일부를 임대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 증가 등 시장의 성장세에 따른 추가 공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이 주력으로 하는 카메라모듈 사업은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최근 반도체기판 가운데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를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단행해 이를 생산할 새로운 공간도 필요해졌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주로 PC나 서버, 네트워크 용도로 사용된다. LG이노텍은 FCBGA 시설 및 설비에 향후 413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LG이노텍은 이와 관련 “아직 FCBGA의 구체적인 생산공장 및 지역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라는 입장이다.
 
지역경제 이슈와 관련해서도 A3 공장은 결국 LG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이 인수할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태양광 셀 및 모듈 사업을 철수하면서 기존 해당 생산라인을 담당해 온 직원 380명을 전환 배치해야 하고, 경북 구미시에서도 일자리가 대규모로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LG전자와 공장을 늘려야 하는 LG이노텍의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구미시는 태양광 사업 철수를 결정한 LG전자 핵심 사업 담당 임원진과 향후 대책 및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A3 공장을 LG그룹 내 다른 기업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지난해 말부터 구미 A3 공장 인수 금액을 두고 협상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사 간 협상 금액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어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구체적인 협상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구미시도 이번 양사 간 인수 협상 관련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많아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다. 향후 정리되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태양광 패널을 지붕으로 만들어진 LG전자 구미공장[사진=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