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쇼크] 체감 물가 3년새 최악…살아나던 소비심리 다시 죽어간다
2022-03-02 16:42
오미크론 확산·우크라이나 사태에 소비 심리 위축
물가가 말썽이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체감 물가는 3년 새 최악 수준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치솟는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은 더 늘어나는 분위기다.
통상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실질구매력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줘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만큼 뾰족한 대응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들어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끌어올리고 있다. 4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지만,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보다는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으로,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소비 심리가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서 소비 심리가 다소 위축됐다"며 "오미크론 확산과 물가 상승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2%대 중반을 기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오를 경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등 2차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기본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이런 것들로 인해 소비자들의 생활이 안 좋아지고 실질 경제가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예외일 수는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나 코로나 확산세가 좀 진정되면 물가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실제 우리나라 물가에는 주거비와 음식 배달비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포함하면 실제 체감 물가는 더 치솟을 수 있다. 통계청이 내놓는 물가 통계를 보면 한국은 주거비 중 전·월세 가격만 물가 통계 대상에 포함시킨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매매가 상승분을 자가주거비로 환산해 소비자물가에 반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은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2%가량 뛰었지만,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매매가격을 통계에 포함시키면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7.5%)보다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