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주목한 '집값 감당하기 힘든 서울'...중산층 주택구매력 역대 최저

2022-03-01 16:27
KB부동산, 지난해 12월 주택구매력지수(HAI) 80.9
로이터 "부동산정책 실패, 대선 핵심 문제로 떠올라"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 5년 간 전국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며 중산층의 주택 구매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1일 KB부동산이 집계한 '주택구매력지수(HAI)'는 지난해 12월 전국 기준 80.9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2010년부터 줄곧 100 이상을 나타냈던 HAI는 지난 2014년에는 130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지수는 하락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10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HAI는 중위가구의 소득을 대출 상환 가능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중산층이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정도의 주택을 구입할 때 현재의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클수록 중산층의 주택구매력이 증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HAI는 50 이하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HAI는 40.4를 기록해, 전년 동월(51.5)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수도권 전체로도 57.4를 기록해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지표 하락세는 최근 주택 가격의 상승폭이 소득 증가폭보다 더 커지면서 심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중위가구 월 소득액은 460만9936원으로 전년 동월(462만7868원) 대비 0.39%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KB부동산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15% 높아졌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의 이자율 역시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기준 이자율은 2.59%에서 3.63%로 상승했다. 

한편, 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감당하기 힘든 서울에서 주택 문제는 한국 대선의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는 제목의 한국 특파원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기사는 두 유튜버를 대비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 불만을 전하고 있다. 

2018년 경기도 일산 아파트 매매 기회를 놓쳤던 이재홍씨(39)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사겠다"며 야당에 투표하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2019년 방 3개 짜리 주택을 구입한 장성원씨(32)는 경제적으로 안정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11월 공무원을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게 됐다. 

로이터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 부동산 투기의 근본 원인을 억제함으로써 한국을 보다 평등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그의 5년 임기는 그의 정책에 대한 끝없는 논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최저임금 상승·근로시간 단축·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 공약 목표를 모두 이행하지 못한 반면, 강한 규제에도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2022년 1월 기준, 12억6000만원)이 5년 새 2배나 뛰는 등 부동산 투기 억제에 실패하면서 국민의 실망감이 커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