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號 LX그룹,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 계열분리 발목

2022-03-02 05:02
2020년 전체 매출 중 66% 차지
구 회장, 인수·합병 적극 나설 듯

LX그룹의 계열분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 계열사와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 때문이다. 향후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X홀딩스는 ㈜LG와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지주사 LX홀딩스를 비롯해 LX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들은 LX그룹으로 인적분할해 나왔다. 향후 최종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LX그룹은 아직 계열분리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LG와 LX의 계열분리 관련해서 아직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양사의 지분 정리 이후 2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열분리 신청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12월 지분 정리를 했다. 공정거래법상의 계열분리 기준인 ‘동일인 관련자 지분 3% 미만’ 조건을 충족시키며 계열분리 준비를 본격화한 것이다. 구본준 회장은 ㈜LG 지분 4.18%를 매각했고, 현재 구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LG 지분은 2.96%다.
 
LG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 때문에 계열분리 신청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LX판토스는 계열사 가운데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매출 중 LG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6%(1조8029억원)로 절반을 넘는다. △LG전자 9946억원 △LG화학 5481억원 △LG디스플레이 544억원 등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으면 계열분리 조건 중 ‘내부 부당거래 금지’ 관련 내용을 공정위가 더 깊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계열분리가 이뤄진다고 해도 향후 3년간 LG 계열사와의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해 부당거래에 대한 리스크가 남게 된다. 결국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것이 LX그룹의 숙제인 것이다.
 
업계는 LX홀딩스 계열분리의 분기점을 올해 5월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대규모 기업집단’을 지정하는데, 그전까지 계열분리를 하지 못하면 향후 공정위의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LX그룹의 자산총액은 8조원으로 추정돼 계열분리 시 대규모 기업집단에 들지 않는다.
 
공정위는 매년 대규모 기업집단을 선정하고,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서 관리한다. 이후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사의 중요 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 공시 등 공정거래법상 의무를 지게 한다. 사실상 대부분 경영 활동이 공개돼 내부거래 등에 제한을 받는 것이다.
 
LX홀딩스는 계열분리 관련 “LG와 LX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에 있으며 상세 내용을 확인해 주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12월 LG와 LX의 지분 정리를 통해 계열 분리 요건이 충족된 만큼 관련 사안을 최우선으로 충실히 챙겨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구본준 회장은 LG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을 인수합병(M&A)을 통해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LX인터내셔널은 현재 한글라스(한국유리공업)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LX하우시스가 한샘을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그룹 몸집을 키워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려 한다는 분석이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사진=LX홀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