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핵 위협에 긴장 계속…바이든 "공격의 대가는 가혹할 것"
2022-03-01 09:55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아직 우크라이나 함락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초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쉽게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를 함락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거센 우크라이나군의 저항과 러시아의 물자 보급 차질로 대치는 장기화하고 있다. 문제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가 극단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보당국과 국방부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격의 강도를 즉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최근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면서, 핵전쟁의 공포마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부근에서 64㎞가 넘게 이어진 러시아군 수송 행렬이 포착됐다고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가 지난 28일 밝혔다. 수송 행렬은 장갑차·탱크·대포·지원차량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공폭탄은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히며, 막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되기도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도 강력한 공격을 이어갔다. 하리코프 북동부에서는 민간인 거주지역에 로켓을 발사해 민간인들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순수하게 전술·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의 키예프 장악은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CNN은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에워쌌던 러시아군의 약 4분의 1은 아직 투입되지 않았고, 공습이나 장거리 미사일, 포격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더뎌지는 우크라이나 점령에 실망할 경우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전쟁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2월 28일 백악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핵전쟁에 대해 우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7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핵 전력을 동시에 '특별 전투 준비태세'로 전환하면서 일각에서는 핵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과 관련해 "(미국의) 핵 경보 수준을 변경할 이유는 없다"면서 "핵전쟁은 발생할 수 없으며, 전 세계 모두가 이 같은 위협을 줄이기 위해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낮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정상들과 1시간 20분가량 다자 전화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핵 위협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연합(EU)의 주요국 정상들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이 참석했다.
백악관은 정상들이 러시아의 부당한 전쟁에 대해 단합된 대응을 하는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에너지 가격 등 세계 경제 안정 유지에 나설 것이며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해 가혹한 대가와 결과를 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지속하며, 러시아가 긴장 완화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