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위기의 한국 경제 .. 힘든 길 함께 걷는 리더를 선택하자
2022-03-02 05:00
먼저 경제성장률 달성 공약부터 보면 이것이야말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하기 쉬운 허상이다. 대다수의 대선 후보들은 성장률 목표치를 지금 수준보다 높게 내세운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소득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혁신 기술력 상실 등으로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대로 낮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특정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약속은 공공부문의 역할을 높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실 공공부문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현상은 이미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는 경제 성장 잠재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투자 부문인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전 2년에 걸쳐 감소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심각성이 더 심해진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정부소비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도 이미 한국 경제는 정부 주도의 버티기에 익숙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체별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보아도 2018년에는 정부 기여도가 0.9%p, 민간 기여도가 2.1%p였다. 그런데 바로 그 이듬해인 2019년에는 정부와 민간의 기여도가 역전되어 정부의 기여도는 1.6%p, 민간의 기여도는 0.7%p로 뒤바뀌었다. 이는 민간의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확대재정으로 2% 성장률에 간신히 턱걸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 부문이 경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면서 비대해지는 현상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가속화되어 왔다. 정부는 팬데믹 현상을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고 대규모의 정부 재정을 동원하여 경제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보건의료 비용 지급, 취약계층 지원, 영세자영업자 대상의 손실 보전금,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등에 투입된 정부 재정이 어마어마하고 이러한 경향은 대선 후에도 어느 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갚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고령화와 저출산이 고착화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면 국가부채가 쌓이는 속도가 일순간에 높아진 이상 그 반대로 방향을 틀어 감소하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대선 후보들은 거대한 국가부채가 겁이 나는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몇 퍼센트인지 숫자 싸움이나 하면서 이 정도면 괜찮고, 저 정도면 위험하다는 자기 주장만 펼쳐놓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슈인 성장에 대한 담론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인구 구조의 고령화와 노동 시장의 경직성, 산업부문에서의 혁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성장률이 드라마틱하게 반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상황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성장률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추고 이와 동시에 구조적인 개선을 지속하면서 경제와 사회 체질을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고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실물경제는 침체하고 있는데 자산시장은 과열되면서 나타나는 양극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음 대통령은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현실을 더 당당히 직면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 문제 해결 방법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지하는 정공법을 택하면 더 좋겠다. 시간이 좀 걸려도 부작용이 적은 정책,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책을 보고 싶다. 지금 당장에만 매몰되어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고수하기보다는, 지금은 힘들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험난한 길을 기꺼이 가자고 다독이면서 헤쳐나갈 수 있는 혜안과 따뜻함이 있는 지도자면 더 좋겠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