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침공] 사태 장기화 국면...車·반도체 업계 '플랜B' 마련 분주

2022-02-27 18:50
희귀가스 재고 비축…장기전 대비
정부, 주무 부처별 대응책 마련 나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고 미국 주도로 국제 사회의 대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동유럽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자 국내 산업계는 중장기적인 ‘플랜B’ 마련에 나섰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네온, 크립톤, 크세논 등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희귀가스 재고를 3개월치 비축하고 있다. 업계는 이에 더해 추가적인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나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이 복잡해 기업들은 평소에도 특정 국가나 물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이어왔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지역에서의 공급망 재편을 강화해 사태가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다각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이번 사태가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급변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공급망 다각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는 대러시아 제재 강화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 원자재 가격 급등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아직 공장 가동에 문제가 없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에서 지난해 총 23만4000대를 생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방의 제재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아 당장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제재 강도에 따라 물류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내 생산뿐만 아니라 러시아와의 교역 중단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유럽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가 러시아산이고 그 가운데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공급되고 있다. 러시아산 외 가스에 수요가 몰려 가격 인상이 예상되고 최악의 경우 천연가스 공급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천연가스 수요 증가에 이은 가격 상승은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제품·서비스 원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도 주무부처별로 각 산업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대우크라이나·러시아 기업애로 전담 지원창구 긴급 점검에 나섰다.

이어 28일과 29일에는 상사업계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원자재 수급현황을 점검하는 등 산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외곽에 있는 군기지의 레이더와 장비들이 러시아군 폭격에 파괴돼 불타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