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낮추고 파격 금융혜택까지…분양시장 분위기 달라졌네

2022-02-28 06:00
'계약금 20%' 서울 기준 84㎡ 계약금 2억원…현금 부담 높아
분양가 낮춘 '칸타빌 수유팰리스'…9억원 대출 규제 피한다

인천의 아파트 단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높은 청약 경쟁률과 비싼 분양가 등으로 청약시장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경쟁률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증가하자 분양 가격을 낮추거나 금융해택을 주는 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2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5.5대 1이다. 지난해 평균(19.7대 1)보다 하락했다. 특히 서울은 올 1월 34.4대 1로 지난해 평균 164.1대 1에서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경기도도 10.94대 1을 기록, 지난해 평균(28.65대1)과 비교하면 대폭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 인천의 경쟁률(45.76 대 1)은 지난해(20.26 대 1)와 비교해서도 높았다. 다만 미계약이 나오거나 청약 가점이 크게 하락하는 등 청약시장 분위기는 식어가고 있다.
 
전용면적 84㎡ 기준 인천의 올해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가장 낮은 가점) 평균은 24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평균 44점보다 20점 하락한 수치다. ‘송도럭스 오션SK뷰’는 전용 84㎡에서 17점에 당첨된 사례도 나왔다.
 
올해 첫 서울 분양이자 지난달 청약통장을 쓰는 유일한 단지였던 북서울자이폴라리스의 당첨 가점은 지난해 서울아파트 청약 당첨 최저 가점 평균인 60점보다 6점이나 낮은 최저 54점(전용 38㎡B)을 기록했다.
 
미계약도 무더기로 나왔다. 송도동의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지난 14일 네 번째로 진행한 무순위 청약이 미달했다. 전용 84B㎡형은 3가구 모집에 2명, 전용 84㎡F형은 5가구 모집에 4명만 지원했다. '청포족(청약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세도 주춤하다.
 
이런 상황에 신규 분양 단지들이 실수요자 금융 부담 경감을 위해 계약금 비중 낮추는 등 수요자들을 위한 혜택을 주고 있다. 분양가의 20% 수준이던 계약금을 10%로 낮추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798만원이다. 수도권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계약금 20% 중도금 50~60% 잔금 20~30%로 책정된 경우가 많다. 이를 기준으로 전용 84㎡의 계약금을 산정하면 20% 기준으로는 1억9026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평균 분양가를 기준으로 '국민평형' 계약금만 2억원에 육박하면서 실수요자들의 계약문턱이 높아졌다. 특히 계약금은 주택담보대출이 안 되기에 현금이 부족하다면 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계약금을 20%에서 10%로 하향해 분양하는 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포스코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선보인 ‘더샵 송도아크베이’는 계약금을 10%로 책정해 분양에 나서며, 1순위 평균 47.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DL이앤씨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서 분양한 ‘안양 어반포레 자연& e편한세상’도 계약금을 10%로 책정해 1순위 평균 18.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와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DL건설이 안성시 당왕동에 조성하는 'e편한세상 안성 그랑루체' 등 단지도 계약금을 10%로 책정했다.
 
업계 전문가는 "계약금 부담이 커지며 인기 지역 청약시장에서 현금 부자들의 접근 비중만 높아지고 실수요자들의 청약 도전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최근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건설사들이 일반 실수요자들의 현금 부담을 덜어주고자 계약금 비중을 낮추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는 단지도 나왔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을 재정비해 216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재산정해 지난 18일 다시 공고를 냈다.
 
전체 22개 주택형의 평균 분양가는 기존 6억777만원에서 6억5825만원으로 1252만원 낮아졌다. 분양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전용 78㎡는 최대 3550만원 떨어졌지만, 분양가가 8억원대인 전용 59㎡의 경우 가격이 최대 7240만원 올랐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대출이 어려운 주택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평균 분양가격을 낮춘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특히 수도권은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규제 등 대출 여력이 줄어든 부분이 청약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집값 상승 기대감이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입지 등 주거여건이 비교적 떨어지는 곳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