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헤어 M&A, '카카오=플랫폼 슈퍼갑' 양면성 '부각'

2022-02-24 11:25

전 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은 카카오그룹의 핵심 가치로 카카오그룹의 많은 사업에 확장성을 부여했다. 네이버 정도가 경쟁사로 분류되는 상황이며 국내 다른 그룹은 넘보기 힘든 영역이다. 

어떤 사업을 카카오에 붙여도 매력적이다. 이 덕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용이했다. 반대로 카카오 품에 벗어나면 확장력이 급감함에 따라 성장 가능성도 줄어들어 가치가 급격히 쪼그라든다. 카카오 그룹의 계열사 매각은 '플랫폼 슈퍼 갑'이란 특성 탓에 상당한 난이도로 진행되는 중이다. 
 

[출처=홈페이지]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는 '와이어트'를 프라이빗(수의계약)으로 매각 시도 중이다. 국내의 스타트업 등을 접촉했으나 결렬된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헤어샵은 미용실과 네일샵 예약 중개, 뷰티샵 고객 관리 솔루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닥터포헤어·탱글엔젤 등 헤어 관련 제품을 제조및 판매한다. 지난해 138억원의 매출, 15억원의 영업손실,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카카오 특유의 높은 확장성 덕에 주당 31만8734원(기업가치 3000억원~35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4월~7월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카카오헤어는 '정부 규제'라는 암초를 맞이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 인상 등에 관해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중소업체와의 상생 방안으로 △헤어숍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문구류 등의 사업 정리를 공식화했다.

이 사업들을 불가피하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높은 가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전망이다. 현재 카카오헤어 기업가치의 기저에는 카카오 플랫폼의 확장성이 내재돼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가 된다면 시너지가 상당하기에 피인수 기업의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30개 이상의 M&A를 이어오며 카카오그룹은 M&A 업계의 공룡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2014년 말 기준 36개였던 카카오그룹의 계열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74개까지 늘어났다. '국민메시저'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는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는 시너지를 보유했기에 '문어발'식 확장이 가능했다. 

카카오 계열사에서 카카오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이번 딜은 '플랫폼 슈퍼갑'의 기업 가치를 되돌림하는 딜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어떤 스타트업이 인수하더라도 카카오헤어가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의 기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같은 매물이라도 카카오 같은 대기업에 파는 것과 스타트업에 파는 것은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낮은 가격으로 팔기도 어렵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기존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기업가치보다 낮게 형성되는 딜은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 운용사(PE)에 손실을 확정시킨다"면서 "그렇기에 이런 딜은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카카오 그룹에서 빠진다면 기업가치를 어느 정도로 내려야 할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며 "딜 클로징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