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대선판 뒤덮은 50억 클럽 '대장동 그분'…李·尹 중 밀리는 쪽은 치명타

2022-02-24 00:00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 유족’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문기 처장의 장남(오른쪽 둘째)이 배석한 가운데 김은혜 공보단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대장동 의혹' 폭탄 돌리기에 한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연일 상대방을 '몸통'으로 지목하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장동 녹취록 '그분'으로 지목받은 조재연(66·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중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한 23일 기자회견은 여야 프레임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20대 대선을 2주 남기고 '밀리면 끝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네거티브 중심의 대선 레이스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강화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면서 "범죄집단이 종잣돈을 마련하도록 수사하고도 봐준 게 윤 후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는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언급한 대목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대출금 1805억원을 대장동 개발자금으로 끌어온 조우형씨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사건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대검 중수2과장)가 커피를 대접하며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 후보는 "(녹취록에서) '윤석열이 나한테 앞으로는 더 못 봐주겠다고 그랬다', '윤석열은 내 카드 하나면 죽는다' 등 이야기를 했는데, 객관적으로 누가 의심받아야 하느냐"며 "현직 총장이고 현직 검사여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이건 검찰 게이트"라고 단언했다.
 
당초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의 공세를 민주당이 방어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이른바 '50억 클럽'에 포함된 인사 상당수가 곽상도 전 의원 등 국민의힘과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고, 검찰과 관련된 새로운 녹취록이 등장하면서 민주당은 적극 공세로 돌아섰다. 소위 '이재명 게이트'에서 '윤석열 게이트'로 프레임 전환 시도다. 
 
반면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목포역 거리 유세에서 "3억5000만원으로 무려 8500억원을 뜯어내는, 대장동 부정부패 사건의 몸통, 성남시장으로 설계하고 추진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몸통론'을 이어갔다.
 
국민의힘도 여의도 당사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의 유족들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숨진 채 발견된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인물로,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후보는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잘 몰랐고, 경기도지사가 된 다음에야 알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2015년 뉴질랜드 출장에서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고, 김 전 처장 휴대폰에 2009년부터 '이재명 변호사'라는 이름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것 등을 언급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공방은 '선거개입 논란'을 의식하는 검찰이 대선 이전 결론을 내리긴 쉽지 않다는 현실에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느 한쪽이 공세에 나섰는데 무대응 혹은 침묵으로 일관하면 '사실상 인정'으로 인식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에 미래비전과 정책은 보이지 않고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운 네거티브 공세만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정치혐오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