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다가오는데...빙과업계는 '살얼음판'
2022-02-22 08:47
원부자재값 상승에 수익성 떨어지는데...공정위 과징금 1350억
롯데제과·푸드 빙과사업부문 합병 추진...2강 경쟁 치열해질 듯
유통채널 둘러싼 가격정찰제 갈등도
롯데제과·푸드 빙과사업부문 합병 추진...2강 경쟁 치열해질 듯
유통채널 둘러싼 가격정찰제 갈등도
21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빙과 사업은 대부분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해 몸집을 불린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빙그레 실적 중 절반 이상은 아이스크림 등 냉동 상품이 책임지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지난해 빙과사업 매출이 각각 4109억원, 2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5%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저수익 사업구조와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제과·롯데푸드 빙과사업 부문 합병이 추진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와 빙그레 양강 대결 구도가 구축되면 40%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양쪽 모두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롯데지주·롯데제과·롯데푸드·빙그레·해태제과식품 등 5개사에 과징금 1350억원을 부과하면서 한 해 거둔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 처지다. 빙그레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388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262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빙과업체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수익성이 낮은 상품인데 (과도한 과징금이 나왔다)"며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가격 정찰제, 언제 정착할까
다른 한편에서는 가격 정찰제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매장 채널별로 아이스크림 가격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이 정찰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에만 4000개 이상인 아이스크림 전문 판매점에선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전문 판매점은 2017년 880개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6000개 규모로 매장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 판매점이 늘어날수록 유통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이들 목소리를 외면하기도 힘들다.
서울 노원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인건비가 안 들어가는 장점이 있어서 박리다매로 운영 중인데, 가격 정찰제가 도입되면 편의점이나 마트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기 힘들다”며 “최근에는 도난 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골치가 아픈데, 아이스크림 가격도 논란이 많아 복잡해졌다. 부업으로 차린 매장인데, 신경 써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