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에 2만명 총집결 "지주사 반대"···포항시 민심 제대로 뿔났다

2022-02-21 16:55
28일 대규모 집회···포항시·여야 의원들도 반대 여론 사실상 지원사격

오는 28일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일대에 2만여 명이 모여 포스코의 지주사 서울 설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 이 집회는 포항시뿐 아니라 여야 국회의원들도 지원사격을 할 예정이어서 포스코그룹 경영진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지주사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8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 남구 소재 포스코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 여론이 형성된 후 첫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들끓는 지역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이 집회에는 포항 지역 관변단체 70여 개가 참가할 예정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 다수도 집회 현장을 찾는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집회 참석자는 약 2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해 300명 이상이 모일 수 없기에 각 관변단체와 시민단체들이 300명씩 조를 짜 분산 집회를 할 방침이다. 집회가 예정된 포스코 본사는 포항제철소와 인접해 있어 집회 시간 전후로 일대 교통이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이날 집회에 이어 다음달 복수의 날짜를 정해 포항제철소 진입로 저속 주행 시위도 예고했다. 출퇴근 시간 시속 10㎞ 이하로 제철소 진입로에서 차량 운행을 하면서 제철소 가동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변형된 시위 방법은 포스코그룹에 대한 업무방해 등 추후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책위는 또 포항시와 연대해 지난달 28일 지주사 설립 안건을 통과시킨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무효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당시 포스코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소속 주주들에 대해 주총장 출입을 막은 것을 두고 '불법 주총'이란 입장이다. 또 지주사 설립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포항 시내에 설치된 '포스코 포항유치 찬성' 현수막. [사진=독자제공]

대책위의 이 같은 단체행동에는 포항시와 여야 정치권의 지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시 관계자에 따르면 대책위가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 집회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포항시는 관변단체에 대해 집회 참석을 적극 독려했다. 공무원을 대동해 직접 단체행동을 할 수 없는 만큼 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집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정재 의원, 김병욱 의원을 포함한 다수 국회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인데 포항시와 시의회가 여야 의원들과 대책위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대책위가 운영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단체방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에는 각 당 대표를 포함해 국회의원 다수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 등은 이를 매개로 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과 면담 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미 지난 18일 지주사 사무실이 될 강남구 대치동 소재 포스코센터에 지주사 서울 이전을 반대하는 항의 방문을 한 바 있다. 노동계는 심 후보의 이 같은 행보 역시 대선을 앞두고 포스코 때리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포항시민 설득에 한창이다. 임원들은 차량 뒤편에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입니다’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니고 있으며, 포스코 직원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포항 지역 투자와 상생협력은 변함없이 계속됩니다’로 변경하고 있다. 다만 대선 기간과 겹쳐 정치권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어, 내달 1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출범 당일까지도 지역사회와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임원 차량 뒷유리에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입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사진=독자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