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아이유까지..진화하는 딥페이크, '퍼블리시티권' 침해일까

2022-02-21 14:01
오는 6월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경제적 피해 보호하지만...새 권리 창설은 아냐"
"법적 구제, 기존 판례 수준에 그칠듯"

 

지난해 11월 1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케이팝 콘서트(한국문화축제)' 전광판에 방역 수칙이 안내되고 있다. 행사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본격화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콘서트다. [사진=연합뉴스]


가수 아이유의 ‘짝퉁’인 중국의 ‘차이유’가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다. 이런 가운데 각종 첨단 기술이 유명인 초상, 성명 등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오는 6월부터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에 따라 국내에서도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이 처음으로 법제화되면서 딥페이크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퍼블리시티권 보호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차이유 사례처럼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확실한 재산상 침해가 있어야 피해 배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개정법이 퍼블리시티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기존 판례를 명문화한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초상성명권 무단 사용···부정행위로 명문화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등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면 부정경쟁행위로 간주된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 미국 법원이 1950년대 처음 인정하면서 등장했다.

국내에서 퍼블리시티권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90년대 중·후반 무렵으로, 그동안 실정법과 대법원 판례가 없다 보니 엇갈린 하급심 판결이 이어졌다.
 
지금도 헌법과 민법에 따라 유명인의 초상과 성명 등에 대한 무단 사용행위를 일부 제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보호는 ‘인격권’에 대한 보호에 해당해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만 보호가 가능했다. 인격권 침해는 위자료 지급으로 그 피해를 배상한다. 이에 따라 재산적 피해에 대해서는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유명인의 초상 등을 무단 사용하는 것을 '부정 행위'로 법으로 못 박은 데 이어 무단 사용으로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금지청구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진다. 또 특허청의 행정조사·시정권고 등 행정적 구제 조치도 가능해진다.
 
◆"사회 인식 변화 기대···기존 판례 넘는 법적 구제는 힘들 듯"
 
다만 법이 개정되더라도, 법조계에서는 구제 규모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도, 상속 등이 안 된다는 점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재산권적 성격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구민승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 전과 후에 법원 판결 결과가 크게 달라질 대목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지금껏 법원에서 인정됐던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을 적용해 손해배상 청구 등은 가능한 상태"라며 "이를 뛰어넘으려면 퍼블리시티권이 일종의 재산권으로 인정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상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도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제재를 받는 수위 자체는 기존과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다만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 퍼블리시티권을 창설하는 의미는 아니며 '금지 규정'을 통해 사실상 퍼블리시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퍼블리시티권을 따로 창설해 민법상 소유권에 대한 '방해 배제 청구권'과 같은 권리를 만들면 더 폭넓은 권리 행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