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파업 일단 유보…최고경영진 대화 테이블 나와라"

2022-02-17 08:26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등 협상 주체로 나설 것 촉구...계열사와 연대 투쟁 추진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쟁의권을 확보하긴 했으나, 일단 사측과의 대화를 우선으로 파업 결정은 미루기로 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결성한 공동교섭단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뜻을 밝혔다. 이날 노조는 최고경영진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재작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에서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금교섭에서 진심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며 “사측 교섭위원들은 한 사람도 결정권이 없었고, 15차례 진행된 임금교섭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노조가 요구한 44개 조항 중 단 한 건도 수용되지 않은 채 결렬됐다”고 말했다.
 
노조가 대화 상대로 거론한 이들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과 삼성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포함된다. 당장은 쟁의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측의 입장을 기다리는 방향으로 뜻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까지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는 두 차례 조정회의를 열어 삼성전자 노사간 임금협상 중재를 시도했지만, 입장차가 커 결국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만약 공동교섭단의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모든 삼성 그룹사 노조가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의 대화 의지가 없다면 삼성 그룹사의 노조들과 연대해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한편 공동교섭단은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정한 기존 임금인상분 7.5% 외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이 서초동 사옥 앞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