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 질 수 없지'...삼성전자, '반도체 M&A' 본격 고삐 당긴다
2022-02-17 05:16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긴 미국 인텔이 반도체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도 미래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1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M&A에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 경영진이 "향후 3년 내 유의미한 M&A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총 기점 반도체 관련 M&A 본격화
주주 환원 정책 기간이 3년 단위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3년 안에 M&A를 성사시킨다는 게 삼성전자 측 의지이지만 당장 연내에 대형 M&A가 이뤄진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삼성전자는 작년 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가보지 않은 길’, 즉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유력한 M&A 대상 기업 후보군으로 현재 상대적으로 열세인 자동차용 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관련 분야를 점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업체인 대만 TSMC를 따라잡으려면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이미 잘하는 기업을 선별해 M&A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넉넉한 현금은 삼성전자의 최대 무기다. 지난해 말 기준 105조원 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2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결국 양사는 가격 협상에 이르지 못해 최종 M&A는 중단됐다. 대신 삼성전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스위스 마이크로칩 일렉트로닉스 등 또 다른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인수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M&A 본격화 움직임은 자회사인 하만에서 감지되고 있다. 하만은 지난 10일 독일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은 하만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 공간) 제품에 적용돼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인수가 삼성전자 M&A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인텔, 美 정부 지원 등에 업고 과감한 투자
이런 가운데 인텔의 공격적 투자도 삼성전자 M&A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격화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미국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을 앞세워 자국 내 반도체 기업 '밀어주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인텔은 과거에 포기했던 파운드리 사업까지 재시동을 거는 등 한때 '반도체 왕국'으로 불렸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인텔은 올해 들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약 1000에이커 부지에 두 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올해 말 착공하며 오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용지는 총 8개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10년간 투자 규모가 100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 인텔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애리조나주에 2개의 공장을 착공했다.
특히 인텔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타워 세미콘턱터’를 54억 달러(약 6조47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회사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 회사는 자동차와 소비재부터 의료·산업용 장비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집적회로를 생산한다. 이스라엘,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일본 등에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잇단 투자는 계속되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응하고, 자사의 차세대 혁신 제품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서비스를 위한 선제적 행보"라며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조만간 반도체 투자에 고삐를 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