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허백영 빗썸 대표 "거래소 본질은 좋은 코인 상장, 1위보다 진정성이 중요"

2022-02-17 05:00

[사진=빗썸]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뜨거웠다. 회원 650만명을 거느린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지난해 말 결산 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가상자산 업계 제도권 진입이라는 결실도 맺었다. 그 덕분에 올 상반기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맞춰 사업자 지위를 획득했는데, 거래 은행인 농협과 신고 막바지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1위를 두나무(업비트)에 내어준 뼈아픈 해이기도 하다.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는 16일 아주경제와 만나 지난해를 ‘신발 끈을 묶는 한 해’라고 표현했다. 뛰기 위해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빗썸은 올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올 초부터 그동안 단점으로 꼽혔던 구동 속도가 느린 모바일 앱을 개선했다. 내부 준법체계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코인 위주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NFT(대체불가능토큰)·메타버스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허 대표는 “올해 빗썸 목표는 ‘그동안 해왔던 것을 더욱 잘해내자’다”라면서 “지난달 진행됐던 앱 속도 개선은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드는 이번 주부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제안서를 보내기 시작했다”면서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와 연동하는 작업 역시 필요에 따라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2017년 빗썸에 합류했다. 당시는 국내 최대 거래소로 꼽혔던 빗썸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다. 제도권 거래소로 진입하기 위해선 내부 시스템을 갖춰야 했기 때문에 빗썸은 허 대표를 적임자로 낙점했다. 허 대표는 씨티은행, 씨티캐피탈, ING은행, ING증권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로 재직하며 전산 및 고객정보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이력을 쌓았다. 금융업계는 물론 감독당국에도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빗썸의 내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과 제도권 안착을 위한 최적의 인물로 꼽혔다. 

허 대표는 빗썸의 초반 기틀을 잡는 데 기여했다. 자금세탁방지(AML)와 이상거래탐지(FDS) 시스템 구축이 그가 주도한 대표적 성과다. 이후 허 대표는 사내벤처로 자리를 옮겼다가 1년 반 만에 다시 빗썸코리아 대표이사로 컴백했다. 두 번째 임기 3년 차를 맞은 허 대표에겐 빠르게 재편되는 가상자산 시장 속에서 빗썸의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와 점유율 확장이 당면 과제로 남아 있다. 

다음은 허백영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CEO로서 지난해를 회고한다면.
 
“빗썸에 지난 2021년은 ‘신발 끈을 묶는’ 한 해였습니다. 작년은 내부적인 기술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투입해왔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작년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플랫폼 속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빗썸은 내부적으로 지난해 1분기부터 속도 개선 프로젝트를 준비해왔습니다. 전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고,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올 초 빗썸은 모바일앱 거래 속도를 2배 높이고 UX·UI를 개선했다. 이후 이용자 반응은. 
 
“올해 빗썸의 목표는 ‘그동안 해왔던 것을 더욱 잘해내자’입니다. 지난달 진행한 앱 속도 개선은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커뮤니티를 비롯한 고객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업데이트가 적용된 시점이 가상화폐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던 상황이다 보니 눈에 띄는 거래량 증가 등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거래량이 많이 나오는 것과 거래소의 편의성이 올라가는 것은 결이 다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가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이고 UX를 개선하는 것은 거래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서비스입니다. 회원 수 증가 여부와 관계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응당 해야 하는 것입니다. 빗썸은 앞으로도 투자자 편의를 위한 혁신적 개선을 이어가겠습니다.”

-떨어진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빗썸이 내놓을 고객 유인책은.
 
“단순히 수치를 얼마에서 얼마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내부 지표 정도로는 삼을 수 있겠지만, 빗썸에 더욱 중요한 건 그간 해왔던 일을 더욱 잘하는 것입니다. 즉, 올해 목표는 점유율 상승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 투자자산의 쾌적한 거래를 위해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운영 측면에서 봤을 때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빗썸이 이 같은 수치만 늘리려했다면 사실 기회는 많았습니다. 그동안 빗썸은 이 산업이 회색지대에 있을 때에도 가격 조작, 시세 조종 등 행위를 철저히 엄단하고 막아 왔습니다. 다른 거래소들이 하는 걸 보면서도 저희는 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시장에서 1위인지, 점유율이 얼마인지보다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사전 등록된 외부 지갑으로만 출금을 허용하는 정책과 관련해 국내 시장이 갈라파고스화할 것이란 업계 우려가 있다. 

“최근 가상자산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습니다. 빗썸이 택한 화이트리스팅 시스템은 신원이 확인된 수신자에게만 코인을 보내는 정책입니다. 즉, AML 측면에서 보안성이 굉장히 높은 정책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외부 지갑으로 전송하는 것을 막는 화이트리스팅 정책이 투자자 불편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빗썸은 이 같은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고객들께서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심사 투명성과 관련해 꾸준히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투명하게 상장을 해 달라는 말은 ‘상장이 되는 코인을 일률적인 방법으로 평가하자’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금을 평가한다고 가정하면 금이 그 가치를 가지고 거래되는 것은 어떤 평가적 요소 때문일까요? 빛에 반짝이는 정도로 평가를 해야 할까요? 이런 오해가 나오는 것은 ‘비지니스를 영위하는 주체’로서 주식회사를 평가하는 잣대를 ‘투자자산’에도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빗썸의 상장심사는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상장 문의가 들어오면 우선 전문 평가 기관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평가를 진행하고 내부 상장팀과 AML 전담 부서 그리고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장심의위원회를 통하여 최종 평가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가상화폐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기술 역량, 법률 준수 여부, 프로젝트 생태계, 조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코인) 100개를 심사하면 그중 빗썸에 상장되는 건 한 개도 안 됩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의 본질은 여전히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좋은 코인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판매업은 좋은 상품을 가져오는 게 중요합니다. 거래소 입장에서 상품은 코인이며, 좋은 상품에 고객이 몰리기 때문에 상품성 있는 코인을 상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3월 트래블룰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준법감시 전문가’로서 빗썸의 계획과 각오는.
 
“트래블룰 시스템과 관련해 문의할 때 가장 많은 질문이 ‘3사의 코드와 두나무의 베리파이바스프 중 무엇이 더 좋은가’에 대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상자산 사업자 입장에서 코드나 베리파이바스프, 어떤 툴(Tool)을 사용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시스템은 FATF에서 권고하는 트래블룰 제도를 잘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또한 온전한 의미에서 트래블룰 시스템이 갖춰지기 위해선 코드와 베리파이바스프가 연동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두 서비스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고객사를 두고 있고, 유리한지 등 경쟁 구도로 프레임이 흘러가는 것은 지양돼야 합니다. 우선 빗썸을 비롯한 국내 대표거래소 3사는 3월까지 연동을 비롯한 시스템 구축을 이상 없이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또한 코드는 이번 주부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제안서를 보내기 시작했으며 베리파이바스프와 연동하는 작업 역시 필요에 따라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OOO 원년이 되겠다.” 올해 특별히 빗썸이 집중할 사업을 소개한다면.
 
“올해는 하나의 특정한 사업 방향을 정해두지 않으려 합니다. 사업전략으로 풀어서 말씀을 드리자면 올해 빗썸은 ‘어떤 항목을 할 것인가’ ‘누구와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일단 항목부터 말하면 NFT로 다뤄지는 모든 것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누구와 하는지도 중요할 것입니다. 빗썸은 누군가를 콕 집어서 하려 하기보단 NFT를 발행하려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현재 엔터테이먼트와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 대비 빗썸이 미래 먹거리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NFT, 디파이, STO, 메타버스 등 영역에서 경쟁사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빗썸의 차별화 포인트는. 
 
“앞으로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콘텐츠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치를 일일이 책정하지 않았던 많은 물리적·비물리적 대상들에 가치를 부여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화폐나 자산이라고 하는 개념 역시 새롭게 정의될 것입니다. 최근 NFT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관련해서도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NFT와 메타버스는 분명 좋은 아이템이지만 해당 기업들이 특정한 사업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단순히 시장에 선제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만 보여 아쉽습니다. 빗썸은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무엇이 더욱 중요하게 작동할지 고민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며, 그에 따른 평가는 고객들이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통 큰 사업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주주 리스크가 꼽힌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에서는 당사의 실소유주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를 ‘대주주 리스크’라고 인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실소유주의 개입은 전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굉장히 깔끔한 답변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빗썸 거래소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권은 온전히 빗썸 경영진에게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업황이 좋지 않은데, 신사업 추진에 앞서 자금 마련 계획은.
 
“보통 기업들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거나,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예정돼 있을 때 자금을 수혈하곤 합니다. 상장사는 지분을 매각하거나 IPO 등 과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합니다. 질문으로 돌아와서, 우선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별도의 자금 확보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서는 IPO를 비롯한 매각 관련 계획 역시 없다고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 역시 긍정적입니다. 아시다시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산력 증대로 노동이라고 하는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P2E는 게임일까요? 아니면 노동일까요?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이를 노동으로 보기 어렵겠지만, 엄연한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들은 이미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물리적 대상을 향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 자명하며, 같은 맥락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차기 정부에 가상자산 육성 방안을 제안한다면. 

“법률에서 가상자산 산업을 진흥하고 적절한 규제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업권법 방향에서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자산 산업은 기존에 없던 기술과 분야이기 때문에 '특정한 어떤 것만 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시장교란 행위, 불공정 행위 등 불법적인 행위를 제외하고는 우선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가 가장 필요한 분야입니다. 또한 트래블 룰 등 동일 서비스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