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캔 만원' 깨진 캔맥주...수제맥주 업계 성장 전략은

2022-02-16 06:00
원재료 오르고, 매년 주류세 인상..."더 이상 못 버텨"
4월부터 1L당 20원↑...맥주가격 인상 분수령
신제품 출시해 다양성 확보...거리두기 완화, 주점 판매 확대 기대

서울 성북구의 한 편의점 맥주 코너. 캔맥주 '4캔 만원' 행사를 하고 있다.[사진=신보훈 기자]


‘맥주 4캔=1만원’ 정책이 물가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앞다퉈 종료되는 분위기다. 하이네켄코리아, 칭다오 등 수입맥주와 함께 제주맥주도 편의점 행사 가격 인상에 가세하면서 수제맥주업계도 새로운 경영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은 판매 채널 확대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 주류세 개편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지만, 올해부터는 맛의 다양성과 상품력을 내세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첫 상장사인 ‘제주맥주’가 올 초 제품 공급가를 인상한 이후 아직 가격 인상을 공식화한 수제맥주 업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제주맥주의 경우 편의점 채널에서 4캔 1만원에 판매하던 가격을 1만1000~1만2000원으로 올렸다. 4캔 행사 가격은 상승했지만, 사실상 물가 상승률과 인상된 주류세를 방어하는 정도라 이윤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현재 가격에선 팔아도 남는 것이 없지만, 다른 수제맥주 업체가 인상을 망설이는 이유는 카스, 테라 등 주요 맥주 제품군이 아직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 수제맥주 업체 관계자는 “가격에 대해서는 판매 채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체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아직 카스, 하이트, 테라 등이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격 인상의 분수령은 4월이다. 주류세를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동하도록 법이 개정된 이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맥주 1L당 20원의 세금이 오른다. 그동안 누적된 원재료값 상승에 더해 주류세까지 올라가면 대형 주류사도 ‘4캔 만원’ 마케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맥주 가격이 인상되면 캔맥주 후발주자인 수제맥주 업체들도 가격인상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제맥주 상징은 다양성...“소비자 선택권 늘어날 것”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오는 4월 1일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은 리터(L)당 20.8원 오른다.[사진=연합]


‘4캔 만원’ 마케팅은 소비자가 저렴하게 맥주를 마실 기회였지만, 업체들 입장에선 부담이 큰 가격 정책이었다. 한 캔당 3500~4000원인 맥주를 '4캔 만원' 행사가에 팔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워낙 오랫동안 정착된 가격이라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기회에 묶여 있던 가격이 풀리면 수제맥주의 상징인 다양한 맛의 맥주를 개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오히려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기존 4캔 1만원 시장 뿐만 아니라 매년 한정판으로 선보인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와 블루보틀 커피와 콜라보 '커피 골든 에일' 등 프리미엄 맥주를 꾸준히 성공시키며 프리미엄 맥주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해왔다”며 “지난해 8월 유럽 전역에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도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변수가 크지만 해외 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완화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긍정 요인이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캔맥주 대신 오프라인 생맥주 판매량이 늘어나면 수제맥주 업계는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열린다. 
 
카브루 관계자는 “지난해 제조공장을 완공해 올해부터는 더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컬래버 제품을 더 많이 선보이고, 수출 준비도 해나가고 있다”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오프라인 주점 시장이 활성화하고, 다양한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