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고용유지지원금 안갯속···추락하는 LCC '연착륙 비상'

2022-02-16 05:00
현행 고용보험법상 3년 연속 신청 불가
대다수 이달말 기한 끝나는 급박한 상황
미국 100조 쏟아부을때 한국 고작 6조
업계 "정부가 기간산업 중요성 외면"

[사진=제주항공]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정부의 늦어지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에 속을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상증자와 대출 등으로 겨우 연명하는 상황에 고용유지지원금마저 끊겨버리면 버틸 재간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해외 주요국마다 항공산업의 침몰을 막고자 천문학적 지원금을 퍼붓고 있어 우리 정부의 인색한 지원과 크게 비교되는 상황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국내 대다수 LCC는 이달 말 고용유지지원금이 중단된다. 현행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3년 연속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

이에 2020년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았던 LCC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만 고용보험법 제19조 2항에서는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 3년 연속 지원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연장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유급휴직과 무급휴직으로 나뉜다. 유급휴직은 정부가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해 근로자가 평균임금의 70% 수준을 받는다. 무급휴직은 평균임금의 50%(상한 월 198만원) 수준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항공사별 특별고용지원업종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내역은 △대한항공 1780억3500만원 △제주항공 456억3900만원 △아시아나항공 403억900만원 △진에어 249억원 △티웨이항공 214억원 △에어부산 211억원 △에어서울 71억원 등에 달한다.

A사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고, 만약 연장이 무산된다면 무급휴직으로 돌릴 예정”이라며 “그러나 무급휴직도 6개월 밖에 지원받을 수 없어 임시방편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에 일부러 뜸을 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당장 이달이면 지원이 끊기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LCC들의 조급함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이달 공청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지만 계속 연기되는 상황”이라며 “마음을 졸이는 LCC 처지와 달리 전혀 급할 것이 없다는 정부의 태도는 항공산업의 중요성을 크게 간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최소한의 지원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정부는 자국 항공산업에 약 100조원 이상의 지원금을 쏟아부었으며, 독일은 대표 항공사 루프트한자에 약 20조원,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항공에 약 15조원, 프랑스는 에어프랑스에 약 10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항공업계 전체로 따져볼 때 고용유지지원금을 포함, 시설 사용료 감면과 대출이자를 낮춘 기간산업안정기금까지 6조원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조력자를 자처하지 않는다면 과거 한진해운 사례와 동일한 비운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다. 한진해운은 2017년 기준으로 세계 7위, 국내 1위의 해운사였지만, 정부의 금융논리에 막히면서 현대해상과의 빅딜이 무위로 돌아가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초유의 해운대란을 고려하면 당시 정부의 근시안적 대응이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 결과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에도 LCC 여객 수요 회복이 쉽지 않겠지만, 2023년부터는 점진적인 개선과 함께 소비자 보복심리가 더해져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올해 LCC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면 항공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항공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주요국마다 기간산업으로 항공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티웨이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