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익재단 점검-한진⓶] 공익 사업·대학 투자 인색…인하·항공대 재단전입금, 운영수익의 고작 3%
2022-02-15 06:01
아주경제가 한진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세 재단의 2020년 자산 규모는 1조2548억원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항공대, 인하공전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정석인하학원은 1조1546억원, 물류 관련 학술지원 사업을 하는 정석물류학술재단은 636억원, 문화사업과 장학사업을 하는 일우재단은 366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일우재단, 총자산 대비 연간 공익 목적 비용은 1.4%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재단 본래의 목적인 공익사업에 쓰는 데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을 제외한 정석물류학술재단과 일우재단의 총자산 대비 분배비용은 1.4%에 불과했다.
자산 규모 636억원인 정석물류학술재단이 2020년 한 해 동안 공익사업에 쓴 돈은 4억5579만원이었다. 자산 대비 0.7%에 불과했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학술연구비 지원으로 4억2152만원, 학술토론회 비용으로 3427만원을 쓴 게 전부였다. 이마저도 전년 총 분배비용 4억7443만원보다 1864만원 줄었다.
일우재단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우재단 자산 규모는 366억원이었지만 2020년 공익목적 사업에 쓴 금액은 9억6967만원이었다. 몽골장학사업에 2억9128만원, 캄보디아장학사업에 2억1672만원, 일우스페이스 전시사업에 2억6627만원 등을 지출했다. 하지만 일우재단은 최근 수년간 정관상 주요 목적사업인 국내 장학사업에는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일우재단 관계자는 “일우재단은 2009년부터 일우사진상을 개최해 신인 작가를 지원하고 연간 7~8회 전시전 등 시민을 위한 무료 문화전시 제공 등을 하고 있다”며 “국내 장학사업은 잠시 중단됐지만 추후 지원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석인하학원, 인하대·항공대 연 운영수익 대비 재단 전입금 3% 불과
인하대학교는 2020년 운영수익 2580억9000만원 중 재단 전입금 수익은 83억1000만원으로 3.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교직원 사학연금이 90% 이상이어서 재단이 학교에 쓴 돈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항공대에 대한 2020년 재단 전입금은 19억9000만원으로 운영수익 644억1000만원 대비 3.1% 수준이었다. 재단 전입금 대부분은 학교재단이 최소한으로 내야 할 법정 전입금이었다.
이에 대해 인하대 등에서는 재단 지원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인하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한진 재단이 모교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피부에 와닿는 부분은 적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인하대 졸)도 “동문들의 불만은 한진이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60주년 기념관, 송도캠퍼스 설립 과정에서도 재단 측 투자는 미온적이었고 20여 년간 아껴서 모아놓은 학교 적립금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석인하학원 관계자는 “다른 국내 사학재단과 비교할 때 한진의 투자가 작은 편은 아니다”며 “재단 차원에서도 인하대 등에 대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