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번복 손실 배상' 감마누 주주들, 거래소 상대 1심 패소

2022-02-13 13:44
"피고가 개선기간 부여하지 않은 것 위법이라 보기 어려워"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

사상 처음 상장폐지가 번복된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현 THQ) 주주들이 한국거래소 판단에 따라 정리매매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한성수 부장판사)는 감마누 주식을 보유했던 법인 1곳과 개인 308명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손해배상 소송 참여 인원은 262명이고 손해배상 청구액은 46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마누는 2017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 감사 의견 거절로 2018년 3월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2018년 9월 28일부터 5거래일 동안 정리매매가 진행됐고, 정리매매 직전 6170원이었던 주가는 408원으로 급락했다. 

감마누가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고, 상장폐지 무효 소송도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거래소가 감마누에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고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법원 판결에 의해 번복된 첫 사례다.

판결에서 승소하면서 감마누는 2020년 8월 정상적으로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그러나 정리매매 과정에서 주식을 헐값에 처분한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됐다. 이에 손해를 본 주주들은 정리매매 직전 정상 가격인 6170원과 정리매매 때 주식을 처분한 가격의 차액만큼 거래소가 배상을 해야 한다며 2020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장폐지 결정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돼 무효가 됐다고 해도 곧바로 고의나 과실로 인한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피고의 직원들이 객관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했거나 상장폐지 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회계법인이 감마누의 회계감사를 거쳐 의견거절 취지가 포함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며 "형식적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피고는 잠재적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다. 피고는 내부 규정을 준수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상장 규정과 시행세칙의 규정은 피고가 감마누에 개선기간을 부여한 뒤에도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을 때 다시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는지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며 "피고가 추가적으로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