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 故 구자홍 회장, LS그룹 '재계 10위권·사촌 승계' 안착시키고 영면

2022-02-11 19:00
범LG가 2세대 경영인…2004년 초대 회장 취임, 9년간 그룹 이끌어
2015년부터 LS니꼬동제련 회장 맡아…고인 아들은 경영 참여 안해

11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한 고(故)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은 그룹을 재계 10위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범(汎) LG가의 2세대 경영인으로,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사촌 승계'의 물꼬를 트고 이를 안착시킨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美 유학 후 상사맨 시작, LG전자 부회장까지...LS그룹 '사촌경영' 기반 다져

LS그룹에 따르면 194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구 회장은 경기고 졸업 후 고려대 교육학과 재학 도중 미국 유학을 떠나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반도상사(현 LX인터내서널·전 LG상사)로 입사해 홍콩지사 부장, 럭키금성상사 싱가포르지사 본부장, 금성사 부사장 등을 거쳐 LG전자에서 사장과 부회장까지 지냈다.

LS그룹은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 구태회·평회·두회 3형제가 설립한 그룹으로, 고인은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구 회장은 2003년 LG전자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LG그룹에서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등이 계열 분리된 LG전선그룹의 초대 회장을 2004년부터 맡았다.
 

고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이 생전 LS타워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LS니꼬동제련]


고인은 선대가 정한 '사촌형제 공동경영' 원칙에 입각해 1·2대 회장 승계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면서 그룹 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반을 다졌다. 

그는 2005년 1월 LG전선그룹의 이름을 LS그룹으로 바꾸고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펼치며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 LS그룹은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고인은 9년간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해외 진출을 꾀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해 LS그룹을 재계 13위 기업(공정거래위원회 발표·자산 규모 기준·농협·포스코·KT 제외)으로 성장시키는 기틀을 닦았다.

고인은 2012년 말 사촌인 구자열 2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기고 LS 이사회 의장, LS미래원 회장으로 물러났다. 이후 동생인 구자명 LS니꼬동제련 전 회장 먼저 별세하자 2015년 3월 LS니꼬동제련 회장으로 선임돼 별세 전까지 왕성하게 회장으로 활동했다.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바둑 애호가로 대회도 후원

LS그룹에 따르면 고인은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며 건강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노력했다. 미국 유학 시절 부인 지순혜씨를 만나 당시 재벌 총수 일가 중 이례적으로 정략 결혼이 아닌 '연애 결혼'을 한 일화도 유명하다.  

소문난 바둑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6단의 실력자로서 사내 바둑대회를 개최하며 임직원 화합을 도모했고, 대외적으로 바둑 대회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고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이 1999년 LG전자 사장 당시 회사 노조위원장을 업고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LS그룹]


고인은 외부에 모습이 공개된 지난해 8월 당시만 해도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던 터라, 이날 갑작스럽게 전해진 별세 소식에 재계가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한편 LS그룹은 올해 초부터 구두회 전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회장이 3대 회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LS그룹 2세대 중 마지막 주자다.

앞선 세대에서 이어지던 장자 승계·사촌 경영의 전통을 계속 따르면, 9년 후 LS그룹의 회장을 맡을 순서는 고인의 아들인 구본웅씨다.

하지만 본웅씨는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투자회사 포메이션그룹 대표에 전념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고인과 그의 자녀들은 ㈜LS 지분과 계열사 예스코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 사실상 'LS 그룹 경영'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인의 동생인 구자엽 LS전선 이사회 의장과 고 구자명 회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의 아들들은 현재 LS 계열사 대표이사 또는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LS그룹 3세대에서 장자 승계 원칙이 깨진다면, 현 구자은 회장 체제에서 새로운 승계 원칙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