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 "선제적 대응만이 안전사고 방지"
2022-02-22 06:00
"첨단기술 활용 도시 인프라 노후화 선제적 대응"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공사장 등 사업 현장에서 붕괴·추락 등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 등 중형에 처해진다. 최근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종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을 근거로 업이나 경영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한 뒤 소홀히 하면 처벌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건 단지 행정법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각급 산업 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형사법으로 처벌한다.
이 때문에 경제단체들은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아직도 처벌이 약하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1000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을 지난 10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속도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물 샐 틈 없는 안전망을 만들고 안전한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 한 실장의 지론이다. 그는 안전한 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한 실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시행은 민간 산업 현장은 물론 공공기관도 이 법을 위반하면 민간기업과 똑같이 형사처벌한다는 뜻 아닌가.
"맞다. 민간·공공 할 것 없이 모두 똑같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화했다. 사업장에서 안전을 담보해주던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행정 처벌에 그쳤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 처벌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죗값이 더 무거워졌다. 또 공공기관들도 공공시설물을 잘 관리하지 못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그 기관장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공공기관 역할이 아주 중요해졌다."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게 무슨 뜻인가.
"공공기관에서 건설하고 관리하고 있는 교량이나 터널 등 공공시설물이 파손되거나 붕괴돼 시민이 피해를 당한다면 공공기관장이 그 처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서울 시내 공공시설물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기업 경인인과 똑같이 서울시장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시내 공공시설물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면 민간 산업 현장에서와 똑같이 서울시장이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따른 처벌도 받게 된다. 공공기관의 안전 점검, 선제적 예방 책임이 그만큼 커졌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안전 점검·예방을 어떻게 강화했나.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행정1·2부시장, 기획조정실장, 안전총괄실장 등은 물론 서울교통공사 등 투자·출연기관 사장, 상수도사업본부장 등 서울시 사업소장, 25개 자치구 부구청장들이 온라인으로 모여 최종 점검회의를 했다. 이어 서울안전자문회의도 구성했다.
-서울안전자문회의는 무슨 역할을 하는 기구인가.
"중대 시민·산업재해 분야에 대한 정책, 사업,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서울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 다방면에서 자문활동을 한다. 방재·재난·토목·건축·산재·보건·시민 등 분야별 전문가 17명이 이 회의에 참여한다. 서울시장이 당연직 위원장이다. 서울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주요 사회 이슈가 있을 때, 현안이 있을 때 회의가 소집된다. 서울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 중대 사고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이 회의가 소집된다."
-건설 현장 등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따른 행정처분 기간이 너무 길다는 비판이 있다. 20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던데.
"최근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등과 같이 중대재해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행정처분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그간 중대재해 사고는 처분을 위한 귀책사유를 두고 사고 당사자들 간 이견 등으로 1심 판결 이후 처분함으로써 20개월 이상 걸렸다. 서울시는 6개월 이내로 단축했다.(따라서 최근 발생한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해당 업체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도 서울시는 조속한 시일 안에 결론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재해라든지 시민재해에 대한 안전을 서울시에서 담보받을 수 있나.
"세계 많은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은 현대 도시사회의 위험과 취약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도로, 지하철, 전기, 통신 등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있고 그 안에서 1000만 시민들이 매일 생활하고 있다. 또 서울의 인프라 시설은 70% 이상이 1970~1980년대에 집중 건설됐다. 40년 이상 경과됐다. 이들 시설물 유지관리비가 10년 뒤에는 2배 이상으로 급증한다. 대도시의 편리함 이면에는 크고 작은 재난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도시 인프라 노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사후 대응형 관리에서 벗어났다. 문제를 미리 파악해 안전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재난과 재해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본원칙이요, 강력한 의지다."
-오 시장의 원칙과 의지만 갖고 안전을 지킬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엔 예방이나 예측이 빗나가는 새로운 유형의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응 또한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과거 주요 사고들을 분석하고 예측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들을 살피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밀하게 대비하고 있다.
특히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비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데이터 기반 첨단 기술 융합과 선제적 유지관리를 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 시내 모든 도로시설물에 ‘스마트 유지관리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로봇, 센서 등을 이용해 사람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점검할 수 있다. 또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과거와 현재의 구조 성능 변화를 파악하고 현재 내력 상태를 추정해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방식이다."
-시민들의 풍수해, 폭설 등에 대해 안전을 확보할 곳도 서울시 아닌가.
"올겨울 서울엔 세 차례 대설주의보가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 불편은 거의 없었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런 제설 작업도 안전과 관련된 서울시, 즉 안전총괄실 책임이다. 기상청이 눈 예보를 하면 안전총괄실은 24시간 비상근무체제로 전환돼 폭설에 대비한다.
현재까지 인력 6만943명, 장비 1만1834대, 제설제 3만3006톤(t)을 투입해 눈 피해를 최소화했다. 강설 예보(적설량)만으로 판단하던 비상근무를 교통 상황, 시간대 등 다양한 인자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발령 시기도 예보 3시간 전에서 최대 5시간 전까지 확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제설제를 보급하는 전진기지도 대폭 늘렸다. 76개소인 전진기지를 129개소로 확대했다. 강설 사전 예측도 철저히 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대비해 기상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기상청에서 파견된 예보 전문가와 함께 기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다. 서해안 일대에 운영 중인 CCTV 5곳을 통해 강설을 사전 예측하고 있다. 이어 서울에 폭설이 내리면 서울 시내 주요 도로와 시설물에 설치된 CCTV 949대와 상습통제지역인 인왕산로, 북악산로, 대사관로에 설치된 CCTV 4대를 통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SNS를 통해 32개 제설기관에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는데.
"지난 2014년 석촌지하차도 지반 침하 사고를 계기로 공동(空洞) 탐사 차량과 전담팀을 구성했다. 현재까지 서울 전역 1만3049㎞에 대한 공동 전수조사를 통해 총 5192개를 발견해 복구했다. 그 결과 지반 침하 사고는 2016년 57건에서 2021년 11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하 침하 예방을 위해 노후화하고 취약한 상·하수관 개량과 굴착 공사장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민은 누구나 시민안전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하던데, 보장 내용은 뭔가.
"서울시는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시민안전보험'에 들어 놓고 있다. 서울시민 누구라도 사고를 당하면 이 보험을 통해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보장 범위는 △화재·폭발·붕괴 사고로 인한 사망 또는 후유장애 △대중교통 이용 중 교통상해(사망·후유장애) △스쿨존 내 교통사고 부상 △실버존 내 교통사고 부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