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인 기업 '코린도그룹'의 승은호 회장이 국세청과의 1000억원대 세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승 회장이 서초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판결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세무조사를 통해 승 회장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제3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국내·외 예금과 한국 법인의 주식을 간접 소유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에 2003~2012년분 종합소득세 514억여원과 양도소득세 412억여원, 증여세 142억여원 과세를 통보했다. 

세금 취소 소송 1심은 승 회장을 국내 거주자라고 봤다. 승 회장은 10년 간 과세 기간 국내에 연평균 128일 체류해 급여를 수령해 한국 거주자에 해당했고,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거주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세조약상 기준인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한국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1심은 법인 숫자나 순자산, 매출 규모에서 인도네시아 쪽이 앞서기는 하지만 회사 수익 대부분이 제3국 페이퍼컴퍼니에 귀속·관리되고 있는 점, 의사결정이 상당 부분 국내에서 이뤄진 점, 국내 친목 모임에 꾸준히 참가한 점 등을 근거로 과세 처분이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2심에선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다. 2심은 승 회장이 한국에는 질병 치료 등과 관련해 비정기적으로 방문한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의 과세 기간, 그에게 국내 소득세 납부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이 조세조약상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2심은 승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회사들에 대해서도 "국세 기본법에서 정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2심은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증여세 부과가 모두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과세 처분을 취소했다. 

승 회장 측이 2심에서 종합소득세 취소 청구 범위를 약 630억원으로 늘린 것도 인정됐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심리 불속행으로 국세청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승 회장은 지난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600억원대 조세 포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재판부는 국세청 상대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번 판결이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