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회복 전까지 최저임금만" 책임경영 내세운 남궁훈 카카오 대표

2022-02-10 12:41
주당 15만원 회복 전까지 CEO 연봉·성과급 대신 최저임금만 받겠다 발표
"배수진 치고 카카오가 다시 사랑받는 기업 되도록 노력할 것"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1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책임경영 의지를 밝혔다. [사진=카카오]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회복할 때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겠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말마따나 '배수진'을 쳤다. 연봉은 물론 인센티브, 스톡옵션 등에도 제한을 뒀다. 앞서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카카오에 대해 시장의 부정적인 시선을 타파하는 것은 물론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바람 잘 날 없는 카카오
남궁 내정자는 10일 카카오 사내 게시판을 통해 주가가 주당 15만원을 회복할 때까지 연봉과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며, 법정 최저임금만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주 40시간, 유급 주휴수당 포함)이다. 실리콘밸리 IT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 내정된 신임 최고경영자들이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월급 1달러만 받겠다고 한 행보와 같다.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6월 주당 16만9500원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같은 해 9월부터 주가가 급락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따른 정부 규제 압박이 투자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먹튀 논란에 휩싸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류영준 내정자를 포함한 주요 임원은 대표로 재임 중임에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약 44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에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카카오 계열사 전체 주가가 휘청였다. 결국 류영준 내정자는 50일 만에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물러났다. 이날 현재 카카오 주가는 8만7300원(종가 기준)이다.

◆주가 15만원의 의미
남궁 내정자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김범수 의장의 최측근 인물로,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으며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 등을 맡은 바 있다. 특히 앞서 CJ인터넷과 위메이드 대표 시절에도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 신임 대표로 내정된 이후에도 임직원과 소통을 이어가며, 김범수 의장과 상의해 카카오 정상화 기준을 주당 주가 15만원으로 잡았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로 임직원, 사회, 주주에게 신임 대표로서 강한 의지를 전달하려는 행보다.

그는 "주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의지와 목표 의식을 설정하고 공유하는 데 쉽고 명료한 잣대가 될 것"이라며 "카카오 대표이사로서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 카카오가 다시 임직원, 사회, 주주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궁 내정자 임기는 오는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