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베이징 올림픽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2022-02-09 14:26
- 경제력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대국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시험장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역대 어떤 올림픽보다 저조한 관심 속에 개최되고 있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지구촌은 올림픽보다 당장 생사(生死) 문제가 더 급한 것이 현실이다. 작년 개최되었던 도쿄 하계올림픽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겨울 축제라고 하지만 동계올림픽이 참가 규모나 종목의 다양성 부족으로 흥행 측면에서 하계올림픽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를 표방하며 매우 엄격한 방역 지침으로 올림픽을 운영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예상과 달리 중국 정부가 철저하게 실사구시적으로 올림픽에 접근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대하지는 않지만 간결한 메시지로 미래 중국의 모습을 세계에 어필하려는 저의가 드러난다.
 
올림픽 개최 국가가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재원 조달·경기장·인프라·수송·안전·호텔 등을 개최 도시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현재까지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를 보면 경제적 여유와 스포츠 강국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 국가가 올림픽을 개최한 사례는 없다. 메달을 많이 획득하고 있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경제적 이유로 인해 올림픽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가 헝가리다. 근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아테네만 예외다. 인류 화합과 국제 평화가 올림픽 기본 정신이기는 하지만 지난 세기에 세계대전으로 세 차례 개최가 무산되었고, 냉전 격화로 모스크바와 LA 올림픽이 반쪽짜리 대회가 된 적도 있었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는 대내외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은 중국의 도약을 대외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하였지만 중국은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활용하면서 2011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14년 만에 다시 개최하는 이번 동계올림픽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 패권 국가로 갈 수 있다는 위용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와 미국 등 서방의 성공적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직간접적 방해로 이러한 계획이 헝클어졌다. 이에 따라 중국도 애초 계획을 파격적으로 전면 수정하여 2008년과 대조적으로 규모를 지양하는 대신 내실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눈에 띈 점은 경기장 전체를 LED로 덮은 것을 필두로 ‘과학기술’ 올림픽을 전면에 내세워 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경연장으로 만들려는 의도다. 지능형 로봇을 비롯하여 AI·자율주행·블록체인 등과 같은 미래 기술을 대거 동원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한편으론 적색 혹은 금색과 같은 중국 고유색(色)을 빼면서 국수주의적이라는 색채를 배제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성화 봉송 최종 주자엔 위구르 선수를 내세우는 기지를 동원하여 서방의 참가 보이콧 빌미를 잠재우려고도 했다. 55개 소수 민족에게 전통 의상을 입혀 통일적 다민족 국가와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국내에선 조선족 한복을 두고서 ‘문화공정’이라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성공적 이벤트로 귀결되지 않으면 중국이 의도한 다목적 수단 물거품 될 수도
 
올림픽 개최 국가가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려고 하는 노력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올림픽이란 이벤트가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강대국의 속성에는 지배력 강화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여유와 도량이라는 덕목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전면적 패권 경쟁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편 가르기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각국은 기본적으로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자국에 더 유리할 것인지를 저울질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누가 더 세계 평화와 경제적 번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지에 대해 엄중한 평가를 한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현대 중국의 민낯이 여과 없이 세상에 드러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림픽이 종료되면 중국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분분할 것이다. 경제력에다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국격까지 갖춘 나라라는 긍정적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지만, 전혀 반대의 경우로 귀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력이 커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패권을 넘보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냉정한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화장과 절제된 포장으로 하드웨어를 장식했지만 과정에서 디테일한 소프트웨어가 충분하게 받쳐주지 않으면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개막 이후 계속되는 잡음으로 불평·불만이 넘친다. 중국 선수에게 유리한 심판의 편파 판정이 대회를 망치고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처음 선보인 ‘디지털 위안화’다. 각국 선수단과 기자들에게까지 이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려는 관측이라는 게 정설이다. 디지털 화폐 경쟁에서 중국이 선두 주자임을 각인시키고, 기축 통화인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다만 100%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경제·사회 통제권을 한층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여하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노리고 있는 다목적 저의가 그들의 의도대로 되기 위해선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이래저래 전 세계 시선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