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왜 중국 시장이 한국 상품에 '겨울'이 되고 있나

2022-01-25 16:33
한국 상품 외면 현상 갈수록 심화, 새로운 대안(代案)이 나와야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최근 10여 년 사이 중국 시장이 외국 진출 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말이 자주 시중에 회자한다. 원대한 꿈을 꾸고 중국에 진출했지만 결국은 백기를 들고 철수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더는 황금알을 낳는 ‘기회의 땅’이 아니고 ‘죽음의 땅’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 부문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까르푸, 월마트, 메트로 AG에 이어 테스코까지 쟁쟁한 유수의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중국에서 보따리를 쌌다. 최근에는 유통업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IT나 전통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점차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잠재적인 중국 경제의 성장세나 소비력이 여전히 크다고 하지만 그 과실이 외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의 몫으로 매김이 되는 것이 뚜렷한 특징이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 진출 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신세계, 현대 홈쇼핑 등 유통업체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퇴각했다. 제조업체도 흡사하다. 완전 철수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중국 내 몸집을 줄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이익 실현이 예전 같지 않고, 더 나아질 전망마저 희박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시장에 새롭게 들어가는 기업의 수도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중국 시장에 기회가 많다고 부추긴다. 경쟁자들이 다 나온다고 해서 우리까지 나올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한국 기업에 생겨날 수 있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절대 만만치가 않다. 시장에 확신을 주기보다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우리 주력 기업의 중국 시장에서의 계속된 고전은 앞으로도 만회가 쉽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서 간신히 수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3〜5위로 따라오고 있는 중국 기업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작년도 중국 시장 점유율이 0%대로 10위권에 처지면서 갈수록 밀리고 있는 판이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공급망 관리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대대적 쇄신을 서두르고 있으나 실지 회복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실적은 더 뼈아프다.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는 2%대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경쟁자인 일본차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차의 성능이나 디자인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나 콘텐츠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의 약진이 거세다. 한국 베끼기로 시작한 이들이 한국 기업을 밀어내고 세계 시장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잡아가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 1〜3위를 중국 업체에 내주고. 한국 기업은 톱 10에서 전부 밀려났다. 따라 하다가 이제는 따라잡고 격차를 벌린다. 심지어 한국 시장까지 교란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 시장을 호령하던 K-뷰티의 위력마저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도 중국 시장을 접고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과녁을 바꾸는 중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거친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판이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너무 쉽게 중국 시장에서 패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중국 시장 포기할 수 없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 확보가 해답
 
 
왜 중국 시장이 유달리 한국 기업에 냉혹한 무덤이 되고 있나? 먼저 지적되는 것은 시장의 미래에 대한 부정확한 예측이다. 진출 당시와 현재의 시장 상황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시장의 트렌드에 순응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다. 자동차의 경우에서처럼 가성비에서 한국차를 압도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외국 브랜드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한다. 일본차와 한국차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일본차는 튼튼하고 연비가 좋으며, 중고차 가격이 좋아 실속이 있다고 한다. 반면 한국차는 지난 10년간 변한 것이 없으며, 차별성이 떨어져 매력이 없다고 스스럼없이 토로한다. 아픈 대목이지만 소비자는 항상 정확하고 엄격하다. 비단 차뿐만 아니고 이것이 중국 시장 내 한국 상품의 종합적 현주소다.

화장품도 이와 유사하다. 중국 화장품 업계는 한국 브랜드를 추격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한국산을 넘어야 세계 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제 때가 왔다고 쾌재를 부른다. 사드 보복이 일차적인 원인 제공을 했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 파워가 커진 것과 반비례하여 한국산은 소비자의 트렌드나 유통 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통상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된 애국 소비 바람, 즉 ‘궈차오(國 潮) 마케팅’으로 토종 상품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한국 상품이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중국 시장 내에서 한국 기업이나 상품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상당수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은 하고 있지만, 묘수를 찾지 못해 당황해한다. 지난 30년 동안 잘나가던 시절만 생각하고 무사안일하게 일관한 나머지 받아든 처참한 성적표다. 중국 현지 기업의 성장을 간과했다. 그리고 그들의 끈질긴 한국 모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처신하는 어리석음까지 보였다. 우리가 가진 장점이나 매력을 장기적으로 활용하거나 유지하는 전략이 없었다. 잘못되면 정치적 핑계를 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명쾌한 해법이 나온다. 답을 하나로 정리하면 차별화 확보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이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