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둘기 일본은행,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

2022-02-09 15:36

일본 국채 수익률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 안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됐던 일본은행은 아직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기존에 계획됐던 국채 매입 계획만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BOJ가 국채 금리가 수익률 상한선에 근접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9일 지적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가 BOJ의 용인선인 0.25%에 가까워지면서 채권투자자들은 언제쯤 은행이 개입할지를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은 총재는 투자자들에게 다른 중앙은행들이 매파로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완화적인) 정책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는 그동안 완고하게 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중 거의 마지막 남은 비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5년과 10년물 금리는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9일 오전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0.215%까지 올랐다.

구로다 총재의 입장은 완고하지만, 임기는 내년 4월에 끝난다. 시장에서는 이미 구로다 시대 이후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양에 초점을 둔 구로다 총재의 후임이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AP·연합뉴스]


BOJ는 이전에도 이런 상황에 부닥친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연준이 앞선 긴축을 시작하던 시점에서 BOJ 정책의 수정 전망이 갑자기 부상한 바 있다. BOJ는 이후 금리 목표를 방어하기 위해 나섰으며, 수정 발표를 했다. 당시의 급변 가능성의 부상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뱅크의 아야코 세라 시장 전략가는 “BOJ는 실제로 10년물 국채 금리가 0.25%에 도달할 때까지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당장 행동에 나서기엔 리스크가 많다는 지적이다. BOJ가 적극적으로 국채 금리 안정에 나설 경우 엔이 약세를 띠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안 그래도 높아진 수입 물가를 더욱 자극하면서 기업들에 타격을 줄 위험도 커진다.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BOJ가 시장의 개입이 절실해질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는 선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국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것도 BOJ의 선제적 금리 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외 국내 시장의 상관성이 높아진 탓이다.

다만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BOJ는 2024년 초까지 수년간 목표한 2%의 절반을 조금 넘는 물가상승률 전망을 하였다. 구로다 총재는 이미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통화 완화정책 정상화가 임박할 가능성을 배제했다. 안정적 인플레이션이 이뤄지기 전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부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