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칵테일 리스크] 산업계, 올해도 각종 경고음...'곳간 자금' 꺼내 M&A로 정면돌파
2022-02-10 05:57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치솟는 유가와 고환율, 공급망 이슈 등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겹치면서 연초부터 산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코로나 '뉴 노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가 움츠러들면서 실적이 주춤했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펜트업 효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난 덕분이다.
문제는 올해도 과연 이런 호실적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고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는 한편 각국에서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세계 무역 환경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공급망 불안은 산업계 전반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최대 난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원자재 수입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 중 88.4%가 올해도 지난해 같은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 답한 기업은 9.4%에 불과했다. 김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팬데믹, 패권경쟁이 겹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연간 사상 최대 호실적을 낸 주요 기업들은 연초부터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 대내외 위기를 정면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3분기 기준 매출 10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74%를 기록했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두둑한 상황이다. 매출 10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은 것은 반도체 초호황기가 이어진 2018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120조원(작년 3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산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2022에서 지난해부터 예고한 대형 M&A 여부와 관련해 "혼자 걷는 것보다 M&A가 나은 선택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품과 완제품 모두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고 대상을 상당히 많이 보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는 차세대 통신인 6세대(6G)나 인공지능(AI), 차량용 반도체 분야를 유력한 M&A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직후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차세대 통신, AI,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 초격차 전략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100대 기업이 덩치를 키워온 가장 쉬운 방법은 M&A였고, 실제로 기업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서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M&A가 무산된 사례 등 각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심화 미·중 패권경쟁 등을 고려해 향후 우리 기업들의 M&A 전략이 더 세밀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