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테슬라·애플에 구글까지...'이 맛'에 액면분할한다

2022-02-03 15:26
'호실적' 알파벳, 올해 7월 20대1 액면분할 계획 발표
주가는 내려가고 주식 수는 증가...주식 가치는 그대로
삼성전자·애플도 했던 액면분할..."장기적 이점은 제한"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애플‧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은 이미 액면분할을 수차례 시도해왔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삼성전자 등이 액면분할을 한 바 있다. 기업들이 자사 주식의 시가 총액이 커질 때마다 액면분할을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파벳, 주가 1/20 토막 예고...주식 가치는 그대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3일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알파벳이 올해 7월 20대1의 주식 액면분할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액면분할이란 말 그대로 ‘겉을 쪼개는 것’이다. 액면분할을 겪은 주식은 해당 비율로 분할돼 주식 수가 늘어나는 대신 주가는 그 비율만큼 내려간다. 가령 알파벳이 2일(현지시간) 클래스A 종가(2960달러·약 357만원) 기준으로 20대1 액면분할을 적용한다면 주가는 148달러(약 18만원)가 되고, 주식 수는 3억4만6000개에서 20배 늘어나 70억개에 달하게 된다.

기업 성과가 유망해 주요 투자처로 주목 받을지라도 1주당 주가가 너무 높으면 거래량이 적어져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반면, 기업이 주식을 액면분할한다면 시가 총액은 변함이 없어 주식 가치는 그대로지만, 1주당 거래가는 떨어져 소액 투자자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다. 소액 투자자 유입은 해당 주식 거래량을 늘게 만들고 투자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알파벳도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액면분할을 계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스 포랫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액면분할 이유에 대해 “주식 분할 이유는 우리 주식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알파벳 매출은 753억3000만 달러(약 90조8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구글의 광고 수익은 612억4000만 달러(약 73조8000억원),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55억40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3%, 45%씩 급증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디지털 광고 기업이 애플의 광고 정책 변화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구글은 자체 보유한 데이터 비중이 높아 광고 부문 영향이 제한적이다. 클라우드 부문은 수요 증가에 따른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미 알파벳의 호실적과 액면분할 소식은 주가에 반영된 모양새다. 2일 알파벳 클래스A 종가는 전일 대비 7.52%(207.12달러) 급등한 29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3030.93달러(약 365만원)에 거래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알파벳의 52주 최고가는 3019.33달러(약 364만원)였다.

알파벳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편입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우지수는 다우존스사가 신용 있고 안정적인 기업 30개를 선정해 시장가격을 주가 평균 방식으로 표현한 주가 지수다. CNBC는 알파벳처럼 네 자릿수 주가 기업은 지수를 왜곡한다는 이유로 편입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애플도 했던 액면분할..."장기적 이점은 제한"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대형 기술주들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유입된 소액 주주들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잇따라 액면분할을 발표하고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는 중이다. 애플은 2020년 8월 4대1로 액면분할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각각 5대1, 4대1로 자사 주식을 액면분할했다.

경제매체 쿼츠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월스트리트는 소매 거래자들의 대규모 유입을 목격했다. 동시에 알파벳,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등 기술주는 저금리와 높은 제품 수요에 힘입어 모두 급등세를 보였다. 주식 분할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가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의 액면분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아마존은 이미 1998년 6월 상장 1년 만에 첫 액면분할에 나섰다. 이후 1999년 1월과 9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겪었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네 자릿수가 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켓워치는 “아마존이 액면 분할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별도 회사로 분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앤디 재시가 최고경영자로 부임하면서 그럴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재시는 1997년 아마존 입사 후 AWS를 설립해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삼성전자 등 우량주들이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50대1로, 네이버는 5대1로 액면분할을 실시해 소액주주 수를 대폭 늘렸다. 최근에는 지난해 카카오가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5대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기업 입장에서 액면분할은 거래량 증가 등 단기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묘수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 이점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주가는 실적 등 기업가치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는 “주식 분할이 발생할 때 회사의 시장 가치를 바꾸지는 않지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분할 또는 발표 직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모든 분할이 이익을 얻거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상황은 다르며 기본적으로 액면 분할은 시장에서 결정하지 않고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더 모틀리 풀은 "투자자들이 단순히 액면분할을 이유로 주식을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낮은 가격이 주식 수요 증가를 부추긴다고 생각하지만 그 현상은 거의 일시적이다. 장기적인 주식 등락 여부는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와 재무 결과다"라고 경고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