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K-반도체] "반도체 육성 액션플랜 없다…현장 전문인력에 사활"

2022-01-27 05:00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인구 유입 막기 위해 반도체과 정원 확대 어려워
반도체 인력 양성에 많은 시간 소요…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전문인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반도체 패권전쟁을 펼치는 우리나라의 생존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인재양성을 주문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통과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에도 인력양성을 위한 조항이 일부 담겼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계약학과, 특성화대학(원) 설치·운영 지원 △실무 역량 향상을 위한 '전략산업종합교육센터' 구축 등이 골자다.

해외 우수 R&D 인력 유치를 위한 사증(비자) 특례도 지원한다. 법무부 장관이 산업부 장관과 협의해 1회에 부여 가능한 체류기간 상한을 다르게 적용하는 식이다.

이처럼 최근 반도체 특별법을 앞세워 업계의 인력난을 점차 개선해 나가는 상황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력부족을 만성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앞서 꾸준히 반도체 인력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인력문제는 업계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안 전무는 인력의 빠른 확대와 양성을 위해 반도체 학과의 인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국회에 지속적으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신설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오고 있다. 다만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정원 규제를 받고 있다. 때문에 총정원 한도 내에서만 학과별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 30명 정원의 반도체 학과를 만들면 다른 과의 정원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 구조다. 각 학교는 차선책으로 계약학과를 만들어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 대비 공급 인원을 10분의 1 수준으로 평가한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인력 공급의 구조적 측면 외에도 반도체 인력 양성의 특수성도 짚어봐야 한다. 반도체 종사 인력은 단순 노동자가 아니므로 육성에 장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에 필요한 인력은 각 영역별로 전문가가 모두 필요하다"며 "설계의 경우 팹리스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R&D 연구개발의 인력도 필요하다.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R&D 전문인력도 당연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도체 산업은 고급인력이 필요한 구조다"라며 "그냥 단순 조립 인력이라든지 운반을 하는 그런 형태의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육성이 되기도 어렵고, 학부 졸업생보다는 석‧박사 졸업생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인력 육성의 인프라에 대해 지난 2015년 이후부터 반도체 담당 교수의 수가 줄어들어 악화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배경은 정부 R&D 지원금의 감소 때문이었다. 이 시기 연구비 확보가 힘들어지자 반도체 전공자도 함께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김 전문연구원은 부연했다.

또한, 김 전문연구원은 대만과 우리나라의 사례를 비교하며 결국은 정부의 지원과 의지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문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대만은 반도체 전공 학생의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지난해 반도체 전문인력의 졸업 목표를 전년 대비 10% 상승으로 잡았다. 김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이러한 대만의 추진력에 비해 적극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