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가에 묻다-⑨콘텐츠]"올해 중소형 제작사의 대형화 M&A 활발할 것"
2022-01-26 16:12
"국내 중소형 제작사들 간의 일종의 연합전선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들어오며 넷플릭스 등과 OTT 경쟁 구도가 생겨났다. 이들은 최소 10편은 만들 수 있는 제작사가 필요하다. 중소형 제작사의 경우 2~3편 정도만 제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받는 섹터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이근희 EY한영 파트너는 이렇게 답했다. 이 파트너는 아주경제 자본시장부가 진행하고 있는 '4대 회계법인 릴레이 인터뷰' 코너의 9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되어 '콘텐츠'를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올해 콘텐츠 관련 M&A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콘텐츠 제작사 간 이합집산이 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글로벌 콘텐츠 공급사와의 계약을 위해 규모를 키울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제작사의 경우 2~3편 정도만 제작이 가능한데, 지금 상황으로는 '10편 공급'과 같은 방식의 계약을 원하는 글로벌 OTT 회사와의 비즈니스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는 "M&A, 자금유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 IPO나 시리즈 투자 등이 나타날 것"이라며 "콘텐츠와 테크 기업 사이에 전략적인 업무 제휴 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 네이버, 하이브 등 대기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M&A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의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카카오의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 인수 △하이브의 저스틴비버 소속사 '이타카홀딩스' 인수 등 지난해에는 굵직한 콘텐츠 관련 해외 M&A가 활발했다.
이근희 파트너는 "대기업들은 콘텐츠 플레이어들로서 원천 IP를 얻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가져갈 것"이라며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고, 분야는 최근 좋은 결과가 있었던 웹툰과 웹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형사 콘텐츠사와 달리 대기업들은 콘텐츠 제작 여력이 충분히 있기에 이보다는 플랫폼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은 콘텐츠의 유통 방식을 180도 바꿨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만화 대여·판매, 비디오 대여·판매 가게가 콘텐츠 유통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젠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 자리를 소수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다. 그는 "과거나 현재나 핵심 원천은 콘텐츠 그 자체"라면서 "다만 과거와 현재 달라진 것은 유통구조"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대기업들이 여기서 멈추지는 않는다. 플랫폼 기업들의 생명력은 '확장성'인데 여기서 멈춘다면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그룹의 매력도 줄어든다. 이를 위해 그룹사들은 M&A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 그룹이다. 카카오 그룹 내 콘텐츠를 담당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언급한 타파스와 래디쉬와 더불어 지난해 아시아 판타지 웹 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 △국민 MC인 유재석이 속한 안테나 △콘텐츠 스튜디오인 `돌고래 유괴단'과 `스튜디오 좋' △아이앤아이소프트 △키위미디어 △쓰리와이코퍼레이션 △예원북스 △스튜디오 하바나 △클로브클럽 △크래들스튜디오 △스튜디오8 등도 인수했다.
그는 "카카오에는 다수의 엔터 기획사와 함께 (제작사 등) 음원, 드라마, 공연을 아우르는 일종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며 "카카오페이지에서 나온 작품을 자사 소속 제작사, 소속 배우를 활용해 영상화해서 내보내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근희 EY한영 파트너와의 일문일답이다.
△콘텐츠산업은 테크와 만나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법률, 테크, 스토리텔링, 영상제작스튜디오, 게임,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NFT, 코인 등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콘텐츠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콘텐츠 산업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은 세 가지다. 콘텐츠를 생성하는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생산자,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 그리고 중간에 유통망이 있다. 세 요소가 어우러진 생태계가 있고 유통 과정을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 규제는 얼마나 할 것인가를 두고 기술이나 법 등이 영향을 미친다.
과거나 현재나 핵심 원천은 콘텐츠 그 자체다. 그게 신화도 될 수 있고 노래나 그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과거와 현재 달라진 것은 유통구조다.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 유통이 가능해졌다. 전체 산업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실제보다 콘텐츠 산업 전체가 크게 성장하진 않았다. 우리가 (산업이) 성장했다고 체감하는 것은 디지털 관련 콘텐츠의 비중이 커져서 그렇다. 코로나19 기간 (오프라인의) 영화, 음악, 스포츠 소비는 줄었다. 반대로 디지털 채널을 통한 소비가 늘어났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디지털 중심 생태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오프라인 소비가 회복되겠지만 디지털 유통이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다.
△콘텐츠 산업은 근 20년 사이 크게 발전했다. 콘텐츠 산업이 크게 발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유통 형태의 전환이 가장 크다. 넷플릭스가 나오기 전에는 소비자들이 외국의 소규모 영화들을 보기 어려웠다. 오징어게임도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튜브도 마찬가진데 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크리에이터, 소비자가 생기고 일종의 경제가 만들어졌다.
△콘텐츠 산업이 세분화되며 수직계열화 차원의 M&A 기회가 많아졌다. 국내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대표적 사례로 꼽고 싶은데.
-카카오는 플랫폼 회사고, 이 플랫폼을 성장시키고 확장시키는 중요한 축으로 콘텐츠를 택한 것 같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것 혹은 원천 IP보유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고, 플랫폼 확장 과정에 필요한 일종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가 필요한 것이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과거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웹소설 기반 비즈니스가 결합했다. 공시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외에도 다수의 엔터 기획사와 함께 (제작사 등) 음원, 드라마, 공연을 아우르는 일종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이런 경우 카카오페이지에서 나온 작품을 자사 소속 제작사, 소속 배우를 활용해 영상화해서 내보내는 구조가 가능하다.
카카오엔터가 당장 작품을 넷플릭스에 올려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플랫폼 확장을 위해 이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는 것이 남은 목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사례가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다.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 반대로 이뤄렸다. (BTS라는) 콘텐츠가 너무 크다 보니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플레디스나 미국 이타카 인수 등 결국 하고자 하는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P2E 시장이 부각되며 관련 M&A와 지분 투자가 활발했다. P2E 방식의 게임이 게임의 새로운 질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금 게임을 하다 보면 돈을 써서 캐릭터를 강화하는 요소들이 있다. 리니지 등의 사례를 보면 초창기 형태에서 공성전 등 이용자끼리 겨루는 PVP(Player Versus Player) 양상이 더해지면서 과금이 나타났다. 최근 나오는 P2E는 경제적 요인이 게임 내에 직접 도입되는 것인데, 사실 이것만큼 사람을 자극하는 요소가 없다. 다만 국내에서는 규제 문제로 글로벌에서만 가능한 방식인데, 산업의 성장 차원에서만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콘텐츠 산업은 게임, 엔터, 테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2022년에는 콘텐츠 관련 M&A 중 어떤 섹터가 주목을 받을 지 궁금하다. 예컨대 환경 부문에서는 지난해 폐기물 섹터가 가장 뜨거웠다.
-최근 가장 규모가 있는 딜들은 모두 카카오, 네이버, CJ가 주도했다. 여기에 추가하자면 하이브다. 이 회사들은 콘텐츠 플레이어들로서 원천 IP를 얻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가져갈 것이다.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고, 분야는 최근 좋은 결과가 있었던 웹툰과 웹소설이 아닐가 생각한다. 네이버가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카카오도 픽코마(Piccoma) 서비스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두 회사 모두 이 분야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어떤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우선 찾는 과정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외에는 국내 중소형 제작사들 간의 일종의 연합전선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넷플릭스 등과 OTT 경쟁 구도가 생겨났다. 이들도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콘텐츠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최소 10편은 만들 수 있는 제작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 제작사 간) 이합집산이 필요하다. 중소형 제작사의 경우 2~3편 정도만 제작이 가능한데, 10편이 필요하다고 여러 제작사와 계약을 맺을 순 없다. 또 채널을 가진 방송사들도, 스튜디오 드래곤이나 제이콘텐트리 같은 큰 규모의 제작사를 운영하고 싶어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쪽에서 자금 유치 수요가 꽤 많을 것 같다.
따라서 한 축으로는 기존처럼 수직계열화 방식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M&A가 이뤄지고, 다른 한 축은 자금유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 즉 IPO나 시리즈 투자 등이 나타날 것이다. 콘텐츠와 테크 기업 사이에 전략적인 업무 제휴 등도 나타날 것이다.
△한국 금융이 처한 가장 큰 금융환경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는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 이외에 더 큰 변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M&A 측면에서는 자산가치의 하락이 나타난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눈높이가 달라진다. 변화된 환경을 인정해야 하지만, 여전히 가격 기준은 작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는 쪽에서는 자금의 조달비용이 올라가서 이를 맞춰줄 수 없다. 물론 이런 변화는 산업별로 다를 수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이런 차이로 인한 가격 하락이 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디지털 경제에서 확장이 가능한 업종들, 대표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들은 가격을 유지하거나 높아질 수 있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하락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