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제심서] 전광우 "제로성장률 재앙 온다...세 가지를 기억하라"

2022-01-27 00:00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본지 인터뷰
"美·中 등 전 세계 경제 전망 어두워지는 상황"
"韓 경제성장률, 美·日 등 선진국보다 떨어져"
"한국 경제와 기업 역동성 떨어진다는 얘기"
"차기 정부, 높은 복원력 가진 경제 만들어야"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경은 기자] "차기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금융통'으로 알려진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경제 전망이 굉장히 어두워지는 상황"이라며 "재정과 통화를 푸는 정책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 이사장은 우선 최근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을 언급,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우리 경제가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잠재성장률 추락"이라며 "머지않아 잠재성장률이 제로퍼센트(0%)가 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바닥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힘인 경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 등 대외국가에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보다도 떨어진다. 선진국보다 떨어지는 성장률은 상당히 좋은 시그널(신호)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경기가 위축됐다가 회복될 때 가지는 탄력성, 즉 경제의 저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모습에 중요한 메시지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이사장은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제언으로 △기업 역동성 회복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노동 및 연금개혁 실시 △'대못(규제) 빼기' 등 규제 완화 세 가지를 제시하며 "경제가 높은 복원력을 가져야 체질적으로 건강하고 튼튼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경제를 만드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1월 19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업 역동성 살려야"···노동·연금·규제개혁 강조

-유가·금리·물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당연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년도 경제 상황에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고 하면 제일 첫째가 인플레이션, 고물가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 전망이 고물가 문제로 굉장히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해외 경제 상황 변화에서 받는 영향이 크다. 이에 더해 오미크론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있지 않나. 세계 공급망 3분의 1을 커버하는 중국이 코로나 정책으로 도시를 폐쇄하고 있어 전반적인 고물가 기조는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 고물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긴축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에 따른 한국 경제 성장 전망도 애초에 예상했던 3%대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분석기관이나 전망기관은 2% 중후반 성장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 국가인데.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중국 경제 둔화가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과도한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투자처를 분산할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더불어 현 정부 들어 특히 무게가 실린 안미경중이라는 국가전략이 맞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경제와 안보는 분리해 접근할 수 없는 이슈로 바뀌었다. 미·중 갈등이라고 하지만 결국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전체주의, 독재주의 진영 간의 갈등 구도로 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정체성을 어떻게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를 확보하는 방안인지 고민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 국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에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대할 수 없는 상대로 보여야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 쉽게 보이지 않으려면 국력을 키우면 된다. 국력에는 국방력도 있지만 경제력도 있다. 한국 경제가 취약해지는지 강화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때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잠재성장률 하락이면 이를 방지할 카드는 무엇인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업의 역동성을 살려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신나게 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핵심은 기업을 옥죄는 여러 정책을 정상화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경기를 활성화한다고 할 때 자꾸 돈 쓰는 정책을 쓰려고 하지만 재정을 풀고 통화를 푸는 게 전부는 아니다.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반(反)기업, 반시장적 정책과 규제가 그대로 있는 한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적 시각에서는 물론 돈을 푸는 게 임팩트(효과)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만연하면 국가 미래가 있을 수 있느냐. 정부는 아무리 고통이 따르고 사회 경제주체 간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국가 미래와 국익이라는 대의를 위해 노동 개혁과 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 개혁을 통해 국가가 제 길로 나가도록 이끄는 게 지도자의 책임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1월 19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文정부 문제점 중 하나는 '정책의 정치화'"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더이상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없어야 하나.

"재정 지출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그러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에 재정을 써야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재정을 어디에 써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느냐. 우선 정부가 모든 일을 끌고 나가야 한다는 기본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전한 재정이다. 국가도 그렇고 개인도 마찬가지다. 소위 진보 진영이 아무리 큰 정부를 지향한다고 해도, 정부는 모든 일에 관여하기보다 민간기업이 제대로 뛰어 양질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낼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정부가 모든 일을 재정으로 해결하겠다는 접근방법은 매우 잘못됐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한국의 정부부채, 기업부채, 가계부채를 모두 합친 총부채가 짧은 시간에 크게 증가해 국제 신용평가기관도 우려하고 있지 않나. 튼실하지 못한 재정을 미래 세대에 물려준다는 것은 미래세대가 쓸 것을 가불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매우 잘못됐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71년 만의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결정을 두고 '미스매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면성을 가진다고 본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은 평소 서로를 견제하는 기능도 있다. 맨날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특정한 정책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같은 쪽으로 페달을 밟고 가는 게 맞는다. 한쪽은 브레이크, 한쪽은 액셀을 밟는다면 엔진이 터지지 않겠느냐. 분명한 것은 현재 굉장한 물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동안 재정과 통화라는 두 가지 채널로 풀렸던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물가 현상이 심화하거나 버블(거품)을 더 크게 잉태하거나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소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필요한 이유다. 목표가 그렇다면 재정이든 통화든 축소하는 게 맞는다. 또한 재정추계가 잘못돼서 세입이 추가로 들어왔으면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쓰는 게 정상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돈을 더 푸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재정중독증의 표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추경 편성을 반대하던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도 매번 당·청 주장에 끌려가는데.

"이건 정치라고 본다. 현 정부가 시정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정책을 과도하게 정치화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 때보다도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 의사를 정책 결정에 많이 반영했다. 부동산 문제 등 예외 없이 정치적 판단을 기준으로 정책 결정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 자기들이 임명한 장관이라면, 해당 부처의 입장을 존중한다면 각 부처 주장을 그렇게 깔아뭉개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결국 (기재부 등이) 초반에는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 적자 확대하면 안 된다'고 외쳤지만 그런 목소리가 그냥 없어지지 않았느냐. 매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도 신뢰를 받기 힘들다. 적잖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정부 부처는 다음 정권이 들어와도 계속 가야 하니 보다 긴 안목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 과도하게 정치화하면서 모든 것을 단기적인 이해관계로 계산하게 됐다. 결국 장기적으로 남는 부담은 젊은 세대가 지는 것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1월 19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치권, 금융·복지 정책 혼동...기본 원칙도 몰라"

-여야 대선 후보들의 눈에 띄는 금융 공약이 없다.

"나는 금융 분야 대선 공약이 오히려 많이 나올까봐 걱정하는 사람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민간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복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을 혼동해 접근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기본대출 정책이 대표적이다. 개념이 매우 이상하다. (기본대출 정책 취지처럼) 걸핏하면 나오는 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왜 높은 금리를 내느냐. 반대로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금융과 시장의 기능은 크레딧(신용)에 대한 값을 매기는 것이다. 신용도가 낮다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이다. 그럼으로써 각 개인은 신용도를 높이고 또 제때 돈을 갚아야 하는 유인을 얻는다. 그런데 만약 거꾸로 돈을 갚지 않을수록 금리가 더 낮아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금융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원칙도 모르고 얘기하는 것이고, 알고도 얘기하는 것이면 표를 생각해 왜곡하는 것이다. 이런 공약이 나오는 게 더 위험하다."

-한국의 백년대계를 짜야 하는 상황에서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ESG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아주 바람직한 가치다. 최근 특히 주목받는 이유가 기후변화 이슈로 친환경 가치가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산업정책을 바꾸고 기업성장전략을 바꾸고 국가전략도 바꾸자는 내용이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진보 진영이든 보수 진영이든 환경 보존과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목표는 같아야 한다. ESG에는 또 코로나 유행 여파로 더욱 심화한 사회적 양극화와 산업재해, 안전 문제를 강조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처럼 지나친 효율성 강조로 큰 위험을 낳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태도다. 마지막으로 더욱 책임있는 기업 지배구조를 구축해 주주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 이익을 아우르자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