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위기' 한창·비케이탑스, 코스닥이었다면 이미 '퇴출'
2022-01-25 18:13
7년 9개월 연속으로 영업손실(별도 기준)을 낸 두 개의 기업이 있다. 코스닥 상장사였다면 이미 퇴출됐겠지만, 이 둘은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매출액이 줄어들면서 관리종목 지정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25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소화설비 제조업체인 한창은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으로 45억 47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45억 6600만원보다 0.4% 감소했다. 유통서비스 업체인 비케이탑스 역시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이 50억원을 밑돌았다. 비케이탑스의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4억 1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49억 7500만원과 비교해 31.4% 감소했다.
만약 4분기까지의 실적을 합산한 감사보고서에서도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이 50억원에 미달한다면 양 사는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기준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는 △별도 기준 최근 매출액 50억원 미만(지주사는 연결기준) △회생 절차 개시 신청 △최근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금 50% 이상 잠식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한국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거래가 정지될 수 있고, 향후 관련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그나마 양 사에게 다행인 점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덕에 일정 기간 이상 영업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별도 기준 최근 매출액 30억원 미만(지주사는 연결기준)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일정 수준 이상의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 등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비케이탑스와 한창은 2015년 말 이후 7년 9개월째 별도 기준으로 영업손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만약 코스닥기업이었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시장 퇴출까지 이어졌을 사유다.
양사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별도 기준 15%~44% 사이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던 한창의 영업손실률은 2020년 64.4%, 지난해 3분기까지는 73%로 올라갔다.
비케이탑스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3%~48% 사이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한 뒤 2020년 42.6%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09.4%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케이탑스의 경우, 연결 기준으로도 7년 9개월째 영업손실이다.
양 사의 공통점은 또 있다. 적자가 이어지는 탓에 외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점.
한창의 경우, 현재 공모를 진행하려는 66회 신주인수권부 사채(이하 BW)와 납입 전인 65회 전환 사채(이하 CB)를 제외하고도 최근 3년간 자본시장을 통해 총 5회에 걸쳐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유상증자까지 합친다면 총 612억원을 외부에서 수혈했는데, 이는 한창의 시가총액 518억원(25일 종가 기준)에 맞먹는 수준이다.
비케이탑스는 지난 2년 9개월 간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전환으로 늘어난 자본이 790억원으로 시가총액 347억원의 2배를 웃돈다. 만약 외부 자금을 끌어오지 않는다면 만성 적자는 자본잠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주주가치 희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창의 증권 신고서에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잦다는 것은 한창이 영업활동으로부터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부족하고, 은행 차입의 어려움을 의미하고 있음을 투자자들께서는 특히 유의하시기 바란다"라고 서술돼 있다.
아울러 양사는 신규사업에 꾸준히 진출했는데 이 또한 신통치 않았다.
비케이탑스는 △2020년 7월 참테크 인수로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 진출 △2020년 4월 비케이원 설립과 유라인코리아 인수 후 마스크 제조·판매 사업 진출 △2021년 2월 구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의 건물과 기계설비 장치 인수 후 재활용 중간처리 사업 진출 등 여러 사업에 손을 댔다.
한창 역시 기존의 소화 설비 제조업 이외에 △2016년 11월 한창마린 설립 후 수산물 유통 시장 진출 △2020년 2월 지유온 합병으로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 △2021년 한창그린홀딩스와 한주케미칼앤홀딩스 M&A 후 신재생에너지, 의약품 원료 제조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사업을 했다.
김건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한창에 대해 "영세한 사업 규모, 고정 거래 기반 취약 등 전반적인 사업역량이 미흡하다"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 기조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이 빈번하여 사업 불확실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주케미칼앤홀딩스의 경우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한창그린홀딩스는 현재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어 실적이 매우 불안정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