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업 소송, 시장 혼란 뒤따르면 엄중히 책임 물어야"

2022-01-25 17:33

최근 국민연금의 주주 대표소송이 산업계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소송 제기로 인한 연금 손실이 발생하면 국민연금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5일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의 문제점 및 대응’을 주제로 제16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국민연금은 주인인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주인을 위해 대리권 범위 내에서 주인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는 범위의 행동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을 남발해 소송을 제기한 기업들의 주가를 하락시키고 국민연금도 손실을 입으면 주인인 연금가입자들은 대리인인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나 기금운영위, 혹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거나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상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의 문제점 및 대응방향이란 주제로 “올해 국민연금이 왜곡된 수탁자 책임론을 발판으로 기업 흠집 내기, 기업인 혼내고 벌주기 등 경영권 간섭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수탁자 의무는 국내 주식을 사서 경영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닌, 기업 가치 제고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표소송 근거는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에 직접 규정을 둬야 한다”면서 “대표소송 법적 근거와 소제기 결정 권한 주관부서, 제소원칙, 결정 절차 등 중요한 사항은 국민연금의 내부지침에 불과한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 간섭부터 시민단체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는 수탁위보다 기금운영에 책임을 지는 기금운영본부가 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대표소송은 소송 이익이 회사로 귀속, 국민연금은 아무런 실익이 없고 막대한 비용 부담에 주식 시장 변동성만 키우면서 기업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특히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73%는 중견·중소기업으로 소송대응 능력이 취약해 경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 연기금과 달리 정치적 독립성이 크게 부족하다”면서 “해외 연기금들은 기금운용에 정부 인사를 제외(캐나다 CPPIB)하거나 운용을 전부 외부에 위탁(일본 GPIF)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자국 기업 지분 취득을 금지(노르웨이 GPFG)하고 자국 기업 투자 비중을 매우 낮게 유지(네덜란드 APB, 캐나다 CPP)하고 있어 우리 국민연금의 독립성 강화 부족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 역시 “국민연금의 주주대표 소송과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민연금은 오직 수익률 관점에서만 운영돼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총 투자금액은 165조원으로 우리나라 상장 기업 2200개가 모두 소송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소송남발로 연금수익률을 악화시킨다면 이러한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소송 제기가 반드시 가능해야한다”면서 “해외 연기금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반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지배권을 행사하는 등 정부가 자의적으로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건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를 위해 가입자들의 돈을 대신해서 운용하는 기관으로 정치 논리로 경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833조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수가 1000여개로 대부분 상장사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동에 나서면 시장 교란부터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