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킹메이커' 설경구 "김대중 전 대통령 캐릭터 부담…극복 어려웠다"

2022-01-25 00:00

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역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아시다시피 '킹메이커' 김운범은 전 김대중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예요.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어려웠죠. 모두에게 존경받는 분이니까요. 하지만 실존 인물이라는 점 외에도 참 어렵고 외로운 인물이었어요. 늘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혼자'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외로웠고 힘들었습니다."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1970년 정치판을 바탕으로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설경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야당 대선 후보 김운범 역을 맡았다. 알려진 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이며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1년 강원 인제 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될 때부터 참모 역할을 한 엄창록 씨를 모델로 했다.

아주경제는 최근 영화 '킹메이커' 개봉 전 주연 배우 설경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부담감은 극복하지 못했다면서도 오랜 시간 함께 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행복하게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는 그와 작품 출연 계기와 현재의 심경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킹메이커' 주인공 설경구의 일문일답

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역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부담감이 엄청났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불한당'을 함께한 변성현 감독과 제작진에 관한 신뢰였다. 시나리오를 제외한다면 우리 팀이 어떻게 '킹메이커'를 만들어갈지가 궁금했다. '불한당'을 함께 했던 팀인데 모두 시간을 맞춰서 그대로 하기가 참 힘들지 않나. 그들이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모두 함께 하기로 했고, 그들이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게 출연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사실 캐릭터에 관한 부담이 정말 컸던 작품이었지만 그만큼 궁금증도 컸던 작품이다.

계속해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기하는데 부담이 엄청났다고 토로해왔는데
- 변 감독에게 서창대 역할을 연기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변 감독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더라. 무조건 '김운범'이라고 했다. 아무리 다른 배우를 추천해도 꿈쩍도 하지 않더라. 그래서 제가 '김운범'이 되었다(웃음).

'자산어보' 정약전에 이어 '킹메이커' 김운범까지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 정약전 선생은 동생 정약용 선생에 비해 덜 알려진 인물이다. 그만큼 감독과 작가의 운신의 폭이 넓었다. 김운범은 현대사를 관통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대본에는 이름이 김대중으로 되어 있었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변성현 감독에게 이름을 바꿔 달라고 했다. 이름을 바꾸고 나니 부담감이 조금 덜하더라.

'김운범' 역할의 힘든 지점은 무엇이었나?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 '김운범'은 캐릭터 위치상 많은 이에게 둘러싸여 있고 조직을 이끌고 나가는 인물이지만 상당히 외로운 캐릭터다.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했으니까. 연기할 때도 참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로 '리액션'을 담당 해왔다. 혼자 연기하는 캐릭터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대화'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외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히 어렵더라. 모티프가 된 인물도 많은 존경을 받은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사실 캐릭터를 극복하지 못했다. 외롭지만 현장에 동료들이 있어 주었기 때문에 함께 해낼 수 있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역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아무래도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기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참고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 같은데. 연설 장면이라거나 참고로 삼은 자료는 없었나?
- '김운범'을 연기하며 어쩔 수 없이 연장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 시대 자료들을 보았다. 동영상 참고 자료는 많지 않았는데 연설하는 영상을 잠깐 보았다. 많이 보면 스스로 풀어내지 못할 거 같고 흉내 내기밖에 되지 못할 거 같아서. 내 식대로 풀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연설 신이 있는데 (연설은) 소리를 지르며 연습 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하지 않더라. 혼자 속으로 연습해보곤 했다. 나중에 후시 녹음도 하고 합성도 하고 톤 조절을 하면서 찍다 보니 스트레스가 크더라.

이선균의 첫인상은 어땠나?
- 왜인지 이선균이 '킹메이커'를 출연하리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웃음). '불한당' 촬영 당시 전혜진을 통해 만날 자리가 몇 차례 있었고 때마다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연기적으로 호흡은 어땠나?
- 우리 영화는 '킹메이커' 아닌가. '킹'은 자리를 잡고, 영화를 흔드는 컨 '킹메이커'다. 그 몫을 (이)선균이가 해준 거다. 영화를 보면 아시다시피 서창대는 굉장히 어려운 인물이다. 감정선이 확 드러나지 않고 복합적인데 이선균이 굉장히 잘 표현해주었다. 후배지만 정신력도 강하고 든든한 친구다. 함께 촬영해서 정말 즐거웠다.

'불한당' 이후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라고도 불린다
- 변성현 감독은 같은 소재라도 궁금하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다. 농담으로 '내 나이대 맞는 작품 역할이 있으면 나를 캐스팅 하라'고 협박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인 넷플릭스 '길복순'도 변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역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불한당' 이후 변 감독의 작품은 스타일리쉬하다는 평가를 얻으며 그런 점들을 기대하게끔 만드는데
- 그에 관해서 굉장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더라. 스타일리쉬 하다는 건 해석, 표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변 감독의 스타일리쉬함은 상상력에 있다고 본다. '불한당' 교도소 신만 하더라도 '저런 교도소가 어디에 있겠냐'라고 하겠지만, 변 감독은 '영화지 않냐'라고 하더라. 현실적 적용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순간에도 영화적인 상상력, 영화스러움을 추구하면서 변 감독만의 스타일이 완성되는 거 같다.

이번 작품은 설경구에게 어떤 걸 남겼다고 보나?
- 작품을 할 때 뭘 얻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작품에 참여한 자체로 얻는 게 많다. 안 해본 캐릭터를 해보며 저에게 또 한 번의 도전이었고, 같이 작업해보지 못했던 배우들도 만나게 되었다. 이선균, 조우진, 유재명과도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연기를 해봤다. 좋은 배우들이었다. 작품을 하고 나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