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소비자들 두 번 울리는 해운업체 담합

2022-01-18 19:17

계속되는 공급망 차질로 올해도 해상 운송 요금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해운업체들의 담합이 운송 요금을 더 높이고 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1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운송업체의 비용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해상 운송 비용 증가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니콜라스 슬라이 캔자스시티연방은행(연은) 경제학자는 이전에 운송 비용이 15% 증가하면, 1년 뒤 식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심한 물품을 제외하고 집계하는 핵심 인플레이션이 0.1%p(포인트) 증가한다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현재의 높은 운송료는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슬라이 경제학자는 "이러한 유형의 충격은 12-18개월 동안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경제가 급작스럽게 재개되며 수요가 늘자 화물을 운송할 때마다 드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40피트 컨테이너 현장 요금은 할증료와 보험료를 포함해 지난해 2만 달러를 넘겼다. 수년 전 2000달러 수준에서 10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현재 요금은 1만400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부족한 컨테이너 용량과 항만 혼잡으로 인해 운송업체와 화주 간 장기 계약 요금 역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블룸버그는 이는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으면 더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월마트나 이케아 같이 많은 양의 화물을 해운으로 운송해야 하는 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 위해 협상하거나, 높은 운임 비용으로 추가 비용을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들과 달리 소규모 수출입업체나, 개발도상국의 수출입업체는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기도, 이러한 비용을 흡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해상 운송 요금이 현재의 높은 수준에서 이어진다면 업체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인 수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킬 예멘 카메룬화주위원회(CNCC) 국제협력부서 담당자는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아프리카의 불평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예멘 담당자는 "운송업체들이 계속해서 요금을 올리는 현재 추세를 뒤집기 위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과 식량 안보 측면에서 위험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상 운송 업체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해상 운송 업체의 높은 비용이 실제 비용 증가 외에 업체의 담합으로 인한 것일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 영국국제화물협회는 영국 정부에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 내에서 왜곡된 시장 상황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25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화물 물량의 절반 가량을 상위 20개 업체가 나누어 운송했다면, 현재는 아시아와 유럽에 기반을 둔 단 10개의 컨테이너 운송업체만이 거의 85%의 물량을 다루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주요 컨테이너 운송업체들 10곳 중 9곳이 2M얼라이언스, 오션얼라이언스, 더얼라이언스 등 단 3개의 얼라이언스에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사용 일정·적하 계획 등을 공유하며 효율적인 운송을 가능하게 하는 얼라이언스 시스템 하에서 운송 비용에 대한 담합이 이루어지고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규제 당국은 이와 관련해 컨테이너 운송업체들이 담합하고 있다는 증거를 아직까지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운송업체들은 현재의 높은 가격이 수요과 공급의 불균형으로 이루어진 일시적인 가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공급망 차질이 해결되고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존 버틀러 세계선사협의회 CEO는 "코로나 이전 20년 동안 충분한 컨테이너 용량과 매우 낮은 요금, 충분한 서비스 인력으로 낮은 가격이 유지됐다"라며 얼라이언스는 담합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