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이대남 ·이대녀 혐오조장 말고, '기회균등' 정책에 무게를

2022-01-19 06:00
대선특집 '일곱(7)곶감 무지개' 시리즈 2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유소년·장년·성평등부'로

[김택환 교수]

대한민국 20대 대선을 달구는 가장 ‘핫(hot)'한 이슈가 여성가족부 존폐 등 성갈등이다. 성에 대한 ‘내로남불’과 정치권의 성갈등 조장으로 첨예하게 대결하고, 20대를 둘러싸고 더욱 그러하다.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침몰시킬 수 있다.

성갈등은 우리 가족, 어린이, 장년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나 홀로’ 사는 인구가 전체 중 3분의 1에 이른다. 2020년 통계청에 따르면 약 614만가구가 1인 가구로 전체 중 30.2%를 차지한다. 또한 아이를 낳지 않아 출산율이 2020년 0.83으로 떨어지면서 세계 최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1970년대에는 한 해 출생 인구가 100만명을 넘었다. 1980년 초 1차 인구절벽기를, 2000년대 초 2차 인구절벽기를 거쳐서 2017년부터 3차 인구절벽기에 들어갔다. 2020년 출생 인구는 총 27만명으로 사망자가 더 많은 자연감소가 시작되었다. 2022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0.7명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노인 고독사도 급증하고 있다. ‘데스 코리아(death Korea)'의 시작이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절반이 사라지고, 노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인력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된다. 또한 경제적 위기가 오고, 연금 가입자 급감 등 기금에도 문제가 생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종합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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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트렌드/ 자료 : 통계청]


더 아픈 대목은 대한민국이 반여성·성폭력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성폭력 상징인 ‘n번방’뿐 아니라 진보를 내건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과 정의당 대표가 보인 ‘성폭력과 성추행’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주었다. 성평등에 앞장서야 할 지도자들이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반인권적·반민주적인 성폭력에 대해 현 정권의 여성가족부(여가부)와 일부 여성 정치인들이 보인 원칙이 없고 잣대가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행태는 국민 반감을 높였다. 성고문으로 피해를 입은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이재명 후보 아들이 올린 여성 혐오 발언에 ‘평범하다’고 두둔해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건 ‘여성가족부 폐지’에 20대가 환호하고 지지율이 올라갔다. 여론조사에서도 여가부 폐지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더 많이 없어지고, 아기 울음소리를 더욱 듣기 힘들고, 경제·산업은 더 어렵게 되고, 사회 갈등은 더 심화되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일부 정치권이 주장하는 대로 여가부만 없애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일곱 곶감(지혜) 무지개’를 비추고자 한다. 먼저 성평등은 인권이라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의 실현이며 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 유엔 헌장에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성갈등 조장은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를 키우게 된다. 가족·어린이·장년·성평등 문제는 함께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우머노믹스’ 시대다. 21세기 주요 메가트렌드다. 여성-우먼(woman)과 경제-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가 ‘우머노믹스’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일수록 여성 참여를 왕성하게 장려한다. 책 <총·균·쇠>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여성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라”면서 “인구의 절반을 묶어두면 성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셋째, 정치 부문 여성 할당제 도입이다. 독일 메르켈 정부의 후임으로 2021년 12월 출범한 숄츠 정부는 남녀 장관이 동수로 각각 8명씩이다. 여성 정치인 메르켈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16년 동안 독일을 ‘황금시대’로 이끌었다. 독일 연방의회는 의무적으로 여성 의원 30% 이상 할당제를 채택했다. 연방공무원 채용 때 여성을 전체 직원의 45% 이상 선발하도록 법제화했다.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가 유리천장을 깨고 부통령에 취임했다. 바이든 내각 또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장관·장관급 26명 중 여성이 12명으로 46%를 차지하고 있다.

넷째, 경제 활동 참여의 성평등이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독일은 2015년 '민간·공공 부문 고위직 남녀 동등 참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민간·공공 부문 고위직 여성 할당제로 여성 이사의 비율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기업 경영이사회 여성 비율이 2020년에는 35.2%로 높아졌다. 법은 ‘공공·민간 부문의 남녀 임원직 비율이 동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 상장기업은 경영이사회 여성 비율 30% 달성을 목표로 한다. 또한 남녀 임금 차이가 10% 이상 나지 못하게 법으로 규정했다. 프랑스 등 유럽의 많은 나라가 유사 법률을 제정해 여성 경제 평등 활동을 장려한다.

미국은 2020년 여성 최초로 미국 상장거래소 나스닥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아데나 프리드먼은 “나스닥 상장사에 진입해 유지하려면 여성·성소수자를 둘 이상 임원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왜냐하면 여성 등 이사회 구성이 다양할수록 경영 성과가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성평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다섯째, 성평등 법 제정과 시행이다. 다행히 우리도 2014년 양성평등기본법을 제정했지만 아직 초보 수준이다.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진 것이다. 진일보한 것은 국가나 지방자차단체의 정책 결정을 위한 위원회 구성에 ‘특정성이 60%를 넘지 못한다’고 명문화한 점이다.

여섯째, 여가부를 넘어 가족·어린이·장년·성평등의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인구절벽과 가족 해체로 가는 우리에게 더욱 해당된다. 최근 독일 등 선진국에서 성평등 정책에 변화가 감지된다. 어느 정도 성평등 사회가 실현되면서 가족·유소년·장년 정책에 무게가 실린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정부에 ‘가족·유소년·장년·여성부’를 두고 있다. 가족 친화적 사회, 어린이들이 평등하게 꿈을 펼치는 나라, 열심히 일한 장년들이 대우받는 사회, 인권 차원에서 성평등이 실현되는 나라다. 독일 출산율이 1.57명으로 우리(0.83명)보다 2배나 높다. 유엔 헌장에 따라 세계 200개국 중 187개국이 여성 관련 부처를 두고 있다.

일곱째, 어린이와 서민층 가족 친화적인 정책이다. 독일 숄츠 새 정부가 어린이수당과 서민층의 가족수당을 높였다. 매월 첫째에게 219유로(약 23만원), 둘째에게 225유로(약 30만6000원), 셋째부터 250유로(약 34만원)를 18세까지 준다. 또한 어린이가 있는 서민층 가족에게 어린이별 특별 자녀수당 205유로(약 28만원)를 더 준다. 미국도 지난해 코로나19로 모든 어린이에게 1200달러(약 143만원)를 지원했다.

‘물이 더럽다고 아이까지 버릴 수 없다.' 여가부 폐지가 대선 이슈가 된 것은 이를 유발한 여가부와 관련 정치인들 책임이 크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비해 성평등이 지체된 나라다. 성폭력·가족폭력이 횡행한다. 대선 후보와 정치권이 성갈등을 유발할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국민은 보고 싶어한다. 남녀에게 유불리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성평등 정책이다. 남자 청년에 불리하면 당연히 시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파적인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기회 균등을 위한 가족·어린이·장년 정책과 유엔 민주보편적 가치 성평등 정책으로 전환할 때다. 어느 후보가 용기를 낼 것인가!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독일 본(Bonn)대 언론학박사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