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씨티은행' 막아라…정치권 "밀실행정" 성토
2022-01-16 18:00
최근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를 계기로 은행이 일부를 폐업하는 경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철수에 있어서 금융기관이 거쳐야 할 절차를 강화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자칫 민간 금융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9일 대표 발의했다.
현행 은행법 제55조에 따르면 은행업 합병·해산·폐업 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지만 일부 폐업에 관한 규정은 나와 있지 않다. 이에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이 결정한 소매금융 철수가 금융위원회의 인가 사항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은행법을 검토한 금융위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인가 사항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씨티은행이 영업 대상을 축소해 주요 은행업무를 하는 것을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노조 측은 씨티은행 소매금융 시장 철수 움직임을 두고 '졸속 청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병덕 의원은 지난 14일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와 공동 주최한 제2의 씨티은행 사태 방지를 위한 은행법 개정 기자회견에서 “금융위는 해산 또는 은행업 폐업의 경우는 인가를 받아야 하나 소비자 금융 부문만을 매각 또는 철수하는 경우는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뒤늦게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매우 편협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금융위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씨티은행이 발표한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관련 이용자 보호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민 의원은 “왜 밀실에서 금융위와 씨티은행 본사 직원 일부만이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고 인가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에서는 민간 금융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은행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민간 기업의 자율성 모두 중요한 대전제이기 때문에 한쪽으로만 갈 수 없다”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부족한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