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서울시의장 "시 의회·당국이 합심해도 어려운 시국"

2022-01-16 17:30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 의회와 당국이 합심해 민생 회복에 집중해도 어려운 시국이라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의를 저버리는 정치에 매우 유감입니다.”
 
김인호 제10대 서울특별시의회 후반기 의장은 13일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의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오세훈 시장과 연일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3선 시의원 출신으로 후반기 의장을 맡은 김 의장은 지난해 민원처리건수나 조례발의건수 등을 보면 정책적 노력이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앞으로 진정 시민을 위해 시 의회와 당국이 정쟁은 그만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의와 소통을 이어가 ‘민생회복’에 더욱 집중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는 해다. ‘의회 인사권 독립’을 필두로 ‘정책지원관 도입’, ‘윤리특별위원회 설치’, ‘주민조례발안제’ 등의 제도적 변화가 예정돼 있다. 시의회 인사권 독립이 가장 핵심이다. 지금까지 시의회 인사권은 시장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의회가 독립적으로 인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회직 공무원이 신설되고 개방형 직위가 늘어나면서 의회 인적구성의 다변화가 예상된다.

2022년에는 의원 4명당 1명, 2023년부터는 2명 당 1명 꼴로 정책지원관을 채용할 수도 있게 됐다. 의회의 위상이 강화되는 만큼 윤리특별위원회도 설치돼 시의원 겸직 내용이 공개된다. 또 일반 시민들도 주민조례발안제를 통해 조례 제˙개정 청구가 가능해진다. 이는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누구나 정책을 정식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김 의장은 이러한 변화 위에서 올 한해를 시민들의 희망을 찾아주기 위한 ‘회복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감염병으로의 회복 뿐만 아니라 기대감의 회복 △공동체 정신의 회복 △책임감의 회복 △교육의 회복 △민생경제 회복 등이 그것이다.
 
한편 김 의장은 오는 6월 치러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동대문구청장 출마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숙고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시의회가 오세훈 시장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향후 집행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민생회복’이라는 단일의 목표를 갖고 코로나19 생존지원금까지 합의한 마당에, ‘지못미 예산’이라는 딱지를 붙여 시의회를 공격하고 계신 것에 매우 유감이다. ‘회복’을 향한 대의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여론 호도에 골몰하신 모습에 실망스럽다.

오 시장께서 상생주택, 1인 가구, 지천르네상스 예산 등을 ‘지못미(지켜주지못해미안해)’ 예산이라 말씀하시는데 근거 없이 삭감되는 사업은 없다. 민간참여형 장기전세주택(상생주택)은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상임위에서 구체성 부족으로 동의를 얻지 못 하고 절차적 보완을 요구받은 바 있다.

1인가구 사업 또한 지난해 추경으로 편성했던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학술용역’이 사고이월 됐고, 예산이 있어도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 했다. 진정 시민을 위한다면 ‘정쟁’은 그만했으면 한다. 생각이 다르고 정책이 다르고 정당이 다르더라도 코로나 시국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합의와 소통을 이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대응은 어땠나.

“코로나 위기 속에 시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방점을 맞추고 의정활동을 해왔다. 지난 2년 동안 여섯 차례에 달했던 추경을 의결하고, 재난관리기금 조성도 먼저 제안해 3000억원의 지원금을 확보해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도 본인이 거듭 서울시에 제안하기도 했으나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결론 내지 못 했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나 양육재난지원금 지원 조례 등 그간 지원 사각지대를 메워가는 조례들을 여럿 발의·의결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예산을 ‘민생회복’에 좀 더 집중하고자 코로나19 생존지원금을 먼저 집행부에 제안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서울시가 당초 제출한 예산안을 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대시민 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코로나 생존지원금을 의회에서 먼저 제안하였고, 가용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갈등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85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합의했다. 다만 의회가 먼저 제안해 이뤄진 성과임에도 공을 집행부에서 혼자 다 가져가는 것 같아 서운하다. 시장 본인까지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 방식이면 앞으로 어떻게 시장과 의원들이 협업할 수 있을까란 우려가 있다.”
 
-올해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는 해다. 어떤 제도적 변화가 있나.

“‘의회 인사권’ 독립이 가장 큰 핵심이다. 지금까지 의회 인사권을 시장이 갖고 있었던 구체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독립적으로 의회 인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의회직 공무원 신설되고, 개방형 직위가 늘어나면서 의회 인적구성의 다변화가 예상된다. 2022년도에는 의원 4명당 1명, 2023년부터는 2명 당 1명 꼴로 정책지원관을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정책지원관 도입을 통해 양적·질적으로 훌륭한 조례입법이 가능할 것이다. 한층 전문성 있는 의회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이 서울시에 남아있다. 완전한 조직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또한 의회의 위상이 강화되는 만큼 윤리특별위원회도 설치돼 시의원겸직내용이 공개된다.
 
시민 여러분들이 꼭 아셔야 할 변화도 있다. 앞으로는 ‘주민조례발안제’를 통해 조례 제·개정 청구가 가능해진다. 이는 내 지역, 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직접 정책을 정식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의 장이 활짝 열리고, 의회를 찾는 시민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서울시의회 의정 활동 중 민원 처리 성과가 돋보였는데.

“어느 기관이 민원을 받고 싶어 하겠냐만은 서울시의회는 시민들이 일하라고 뽑아준 기관이니 만큼 민원을 선제적으로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시 민원사이트 신문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SNS 홍보등에 힘을 많이 쓰고 있다. 이에 작년 한 해 1369건의 민원이 접수·처리됐다. 이는 전년도 806건, 2019년 467건에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늘어나는 민원건수 만큼, 민원을 통한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도 많았다. 예를 들면 인구 23만의 금천구에 소방서가 처음 마련됐다. 까치산역에는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신설됐다. 이런 지역 내 변화들이 모두 민원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다만 편한 자리로 알려진 민원을 담당하는 시민권익담당관 자리가 격무에 시달리는 기피부서가 되는 부작용이 생기긴 했다(웃음).”
 
-신년사에서 ‘회복’을 화두로 던졌다. 올해 서울시의회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코로나19를 3년째 겪으며 희망을 잃은 시대를 살고 있다. 감염병으로의 회복 뿐만 아니라 기대감의 회복, 공동체 정신의 회복, 책임감의 회복, 교육의 회복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그 모든 회복 중 ‘민생경제 회복’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먼저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를 돌봐야 한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 피해가 막대하다. 국가 주도의 손실보상으로는 서울의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기 어렵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충분한 피해보상을 고려해야 할 때다. 이 밖에도 청년 일자리 및 창업기회 확대 서울형 기본소득, 돌봄 기능 확충 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