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층간소음 보복하고 스토커 된 아랫집들

2022-01-11 16:43
층간소음 보복하려고 우퍼 스피커 설치...스토킹 범죄될 수도
층간소음 피해자들 "먼저 소음을 만들었는데..." 억울함 호소
해마다 증가하는 층간소음 갈등...보복 대신 조정 시도해야

층간소음 분쟁 끝에 피해자들이 보복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들은 스피커나 망치 등을 이용해 고의로 소음을 만들지만 이러한 행위가 '스토킹'으로 처벌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층간소음 보복용 스피커 설치...스토킹 처벌?

[사진=네이버 쇼핑]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층간소음 보복행위를 위한 우퍼 스피커가 판매되고 있다. 일부 판매자는 아예 ‘복수’, ‘보복’ 등 층간소음 대응을 암시하는 단어를 물품 안내 문구에 사용했다.

우퍼 스피커는 저음 전용 스피커로 낮은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만드는 장비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천장에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고의로 음악이나 소음을 틀어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주민에게 '역지사지'를 겪게 한다.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우퍼 스피커는 구매 건수가 1900건에 달하며 리뷰는 3000건을 넘어섰다. 구매자들은 “무식하게 층간소음을 내는 인간들이 없어지는 날까지 싸워서 이겨내자”, "경찰, 이웃사이센터, 관리소 등 아무도 층간소음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동안의 화병이 낫는 것 같다“ 등 만족을 표하는 후기를 남겼다.

층간소음 피해 관련 네이버 카페 ‘층간 소음과 피해자 쉼터’에서는 층간소음에 대응하기 위해 ‘우퍼 스피커’를 이용하라는 조언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우퍼 스피커 설치 사진을 공유하며 “음원과 위치를 추천해달라. 더는 (층간소음을) 못 참아서 구매했다”고 전했다.

다른 누리꾼은 “위에서 소음을 내니 아래서 스피커를 켜는 것이다. 이걸 왜 보복이라고 하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자는 시간에 진동음이 들려서 항의하니 오히려 보복 소음을 낸다. 올라가서 항의할 때마다 기계를 하나씩 늘린다”며 갈등이 심화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스토킹 범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을 상대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과 공포감을 주는 행위로 규정했다. 스토킹 상대는 연인뿐만 아니라 동료‧친구‧이웃 등 특수한 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스토킹 행위에는 물건, 글, 말, 부호, 음향, 그림, 영상, 화상 등 상대에게 도달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즉 우퍼 스피커뿐만 아니라 고무망치를 이용해 소음을 만들거나 이웃집 현관문에 협박 편지 등을 남기는 것도 스토킹 범죄로 볼 수 있다.

스토킹 범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경찰은 지난해 말 반복되는 층간소음 분쟁의 경우에도 스토킹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11월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논란이 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에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했다.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A씨는 경찰에서 “아래층에서 소리가 들리고 시끄러워서 평소 항의했고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다만, 검찰은 사건 발생이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이라는 이유로 스토킹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보복행위로 처벌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층간소음 항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전화, 문자 메시지로 항의하기, 천장 두드리기 등은 허용하지만,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 등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악기‧라디오‧텔레비전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경범죄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한다. 스토킹 범죄보다 가벼운 처벌인 셈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층간소음 갈등...보복 대신 조정 시도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갈등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전화상담 서비스 건수는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0년 4만2250건으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9월까지 접수된 전화상담 서비스 건수는 전년도의 82.3%에 달하는 3만4759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보복 행위 대신 원만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웃사이센터는 공동주택 입주자 간 층간소음 갈등 완화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 측은 전화상담을 거쳐 현장 진단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치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 조정을 요청할 수도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변호사, 회계사, 주택관리사 등 15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분쟁조정기구다.

아파트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단지 내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아파트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해 관리사무소가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다. 현장을 방문해서 상담을 통해 이웃 간에 불편한 사항에 대해 중재를 해드리고 갈등 해결에 도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