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진구 칼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한미일 삼각안보체제는 어디로?

2022-01-11 13:49

[조진구 교수]

새해 들어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2021년 12월 27일부터 5일간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은 엄혹한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변화의 서막을 열어놓은 ‘위대한 승리의 해’라고 평가했지만, 대북제재 지속과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와 무역 중단으로 북한이 공개한 경제 부문의 실적은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반면, 전원회의에서 핵과 미사일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았으나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하고 “현대전에 상응한 위력한 전투기술기재개발생산을 힘있게 다그칠” 것이 강조하더니, 1월 6일 북한은 전날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과시라도 하듯 발표했다.  북한은 11일에도 새해들어 두번째로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미·중·러가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은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제로는 요격이 어려워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우리 국방부는 5일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6.0, 최고 고도가 50km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기술적으로 극초음속미사일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애써 평가절하했다.

 
지난 1월 7일 열린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에서는 극초음속 기술에 대항하기 위한 협력을 포함해 인공지능(AI) 무기와 우주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미일 2+2가 지난해 3월에 이어 10개월 만에 다시 개최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공동성명은 미일 양국은 ‘변화하는 안전보장상의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을 완전히 통합하고 함께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끊임없이 동맹을 현대화하고 공동의 능력을 강화한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향후 미일 동맹의 방향성’이 잘 나타나 있었다.
 
미·일 2+2 이후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은 기자회견에서 “변화하는 지역의 전략환경에 관한 인식을 조정하기 위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는데, 동맹으로서 미일 양국이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하게 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공동성명은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훼손하는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노력이 지역과 세계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및 기술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나아가 지난해 3월에 개최된 미·일 2+2에서는 지역의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행동에 반대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지역의 안정을 훼손하는 행동을 억지하고 필요하다면 대처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결의”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적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 여부를 염두에 두면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 방침을 미국 측에 전달했는데, 공동성명에는 일본이 “미사일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능력을 포함해 국가 방위에 필요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결의를 표명”했다는 것이 포함되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긴급사태에 관한 공동계획작업에 대한 확고한 진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야시 외상과 기시 방위상은 ‘긴급사태 공동계획’의 대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대만 문제가 미·중 간의 최대 현안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일 양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대만해협 유사시의 협력 방안을 보다 구체화해갈 것이다.
 
또한, 공동성명에서 미·일은 인도-태평양지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 번영에 불가결한 한·미·일 3국의 양자 및 3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일 양국과 한국 사이에 중국과 북한에 대한 인식차가 있다는 것에 비춰보면 한·미·일 3국 관계 그 자체는 물론 3국 간 협력의 정도와 양태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본이 자국 방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기 위해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환영의 뜻을 표명했지만, 과거 역사문제로 일본과 대립하고 있는 한국은 국민 감정상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한일 간의 경쟁의식이 심화하면서 일본의 2021년 방위백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군비증강과 국방예산’이라는 해설 코너를 만들어 2000년 이후 22년 연속 한국의 국방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처음으로 앞섰던 2018년 PPP로 환산한 한국의 국방비가 일본의 방위비를 앞섰다면서 한국의 국방중기계획 목표대로 연평균 6.1%씩 증가하면 2025년 일본과의 격차는 1.5배로 더 벌어질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2021년 12월 24일 각의에서 결정된 2022년 방위비는 5조4천억 엔을 넘어 역대 최다(10년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더구나 이보다 앞서 성립한 2021년도 보정예산과 합치면 방위비는 처음으로 6조 엔을 넘고 방위비의 상한선으로 유지해왔던 GDP 대비 1%를 돌파했다. 10월 말에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정권은 GDP 대비 2% 이상의 방위비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가까운 장래에 일본이 방위비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역내 군비경쟁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을 미·일 양국이 지지했을 때 한·미·일 3국 협력은 원활하게 작동했으며, 미국에 있어서 한반도 유사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나아가 일본의 협력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역사문제로 악화한 한일관계가 경제와 안보 분야로 확대된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방(방위)비를 늘려 국방(방위)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일 양국이 서로를 자국 안보에 대한 ‘우려’ 내지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공통의 동맹국인 미국을 매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形骸化)할 것이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동맹이라 해도 미국이 자국의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우리를 위해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감내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협력은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권위주의적인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고압적인 행동과 태도는 우리의 국익과 양립하기 어렵다.
 
이제 대통령 선거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자 한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