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정책, 해외는] 영국·프랑스 부처 운영…독일·미국 기능 중심

2022-01-09 08:00
차기 정부서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 재점화
해외도 정치 체제·지향 가치 따라 제각각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했다. 앞서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지난해 7월 이준석 당 대표가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을 주장한 데 이어 또 한 번 젠더 이슈를 부각시켰다.

우리나라 성평등 추진체계로서 여가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 여성부 설립 △2005년 노무현 정부 여성가족부로 확대 △2008년 이명박 정부 여성부로 축소 △2010년 이명박 정부 여성가족부로 다시 확대 등을 거쳤다. 그리고 올해 대선을 앞두고 여가부 재편·강화·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영국·프랑스, 성평등 부처 운영···성적 지향 다양성 고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는 어떨까. 국회입법조사처(NARS) 현안분석 보고서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외국에서 성평등 추진과 관련한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와 기관은 관련 국가의 정치 체제, 정부 구조나 형태, 그 사회가 지향하는 중점가치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관할 업무도 유동적이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는 해마다 각국의 성평등 추진체계 명칭·지위·연락처 등을 수집·발표하는데, 영국·캐나다·스웨덴은 성평등부, 프랑스는 성평등·다양성·기회균등부, 독일·일본·네덜란드는 가족·여성·아동부 산하 실·국 등으로 운영 중이다.

영국은 1997년 5월 여성에 대한 이슈를 정부 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겨 여성과 평등부 장관직을 창설했다. 이후 2007년 정부에 새로운 부서인 성평등국(GEO)을 독립 기구로 설립했다.

현재는 여성장관과 평등장관이 각각 여성, 성적 지향과 트랜스젠더 평등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동시에 범정부적 평등 정책과 입법을 주도하고 있다. 여성이 직장에서 개인 역량·기술에 맞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받도록 하고, 양성 간 임금격차 해소, 임금 자료 제출 및 규제, 여성 경력 개발 지원, 여성 차별사례 보고 발표, 성소수자 차별 규제, 여성 노동시장 참여 지원 등을 담당한다.

특히 영국의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는 성평등국과 평등·인권위원회(EHRC)로 구성되는데, 이 중 EHRC는 개인, 고용주 그리고 모든 조직에 대한 다양한 사례에 대해 법적 관계정리, 자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로써 인권 침해, 불공정 이슈 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인권과 평등 관련 정책과 갈등을 파악해 연구·분석한다.

프랑스에는 성평등·다양성·기회균등부가 있다. 주요 업무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 다양성(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및 기회 균등(차별 금지)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평등 업무는 △젠더 기반 성폭력 예방·근절 △여성의 직업적 평등과 경제적 자율성 △건강·사회·정치적 권리에 대한 접근 △청소년 평등문화 △미디어·문화 및 스포츠에서 여성 참여 △영토 내 여성·남성 평등 △페미니스트 외교가 중심이다.

다양성과 관련해선 일반 대중의 인식 제고, 협회 및 개인 지원뿐만 아니라 △LGBT+ 사람들의 사생활 및 가족 생활에 대한 권리 인식과 접근 △LGBT+ 사람들의 건강 접근성 제고 △차별·폭력 및 반(反) LGBT+ 증오 대응 △편견 감소와 통합교육 △포괄적인 스포츠 연계 △LGBT+ 권리 및 국제 관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독일·미국, 독립 부처 아니지만 권한·기능 담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유럽 국가지만, 독일은 현재 성평등부가 독립된 부처로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에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처는 중앙국, 참여정치국, 가족국, 인구변동·노인·복지사업국, 평등국, 유아와 청소년국으로 이뤄졌다.

이 중 2개 부와 9개 과로 구성된 평등국은 공적 서비스를 위한 평등법, 특수 분야의 여성 고용 상황, 폭력으로부터 여성 보호, 유럽과 국제적인 평등법 등을 다룬다. 분배와 미디어, 공정한 소득 전망, 임신갈등법, 성교육, 여성 침해, 난임·불임 등 원치 않는 무자녀에 대한 의료적 지원, 재생산 의료, 여성건강, 청년, 남성들의 평등정책 등도 평등국 소관이다.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양성평등 관련 정책 형성·집행에 대해 독립적인 관할권과 책임을 갖는다. 법률 발의·발언·연기권 등을 행사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연방의 다른 부처들과 연구그룹,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리는 권한·기능도 있다. 독일 양성평등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 정책을 재평가하고, 가족·사회·정치에서 성평등과 여성 및 이주 배경, 장애를 가진 남녀에 대한 폭력 대응 프로그램 및 이니셔티브를 발전시키는 역할도 한다. 남녀 성역할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과 남성들을 위한 직업 선택, 가정 돌봄역할을 위한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에 성평등정책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경제 정책, 건강 관리, 인종 정의, 젠더 기반 폭력, 외교 정책과 같은 여성·소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지도·조정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해당 위원회에 대해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위원회는 미국이 성평등에 더욱 가까워지고 경제·사회에 여성을 완전히 포함함으로써 국가를 더 잘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오바마 정부의 여성과 소녀위원회(CWG)를 확대·계승하고 있다. 첫 번째 행정명령은 여성, 특히 흑인과 라틴계 여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연방정부 전체에서 성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어 성폭력을 포함한 구조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임무를 맡았다. 여기에는 여성의 노동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임금·부의 격차, 보육 지원 등의 광범위한 문제가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의료복지, 고위직 등 리더십에서의 평등한 기회 보장, 외교를 통한 전 세계의 양성평등 촉진 등을 추진한다.

위원회 공동의장들은 범정부 전략과 함께 프로그램 및 예산 계획,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성폭력 예방·대응을 위해 대통령 특별보좌관과 성폭력 관련 자문위원들을 위원회에 배치하고 있다. 비영리·지역사회 기관, 주 정부와 지역정부 당국, 부족 국가, 외국 정부 등과 다자간 협력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