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의 변신] 치매까지 보장하는 종신보험 출시

2022-01-07 08:00
한화·교보·농협생명, 올초 잇따라 종신보험 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명보험업계가 치매를 보장하거나 유병자와 고령자의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춘 다양한 종신보험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도입 1년 앞으로 다가온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를 위해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다양한 종신보험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매 보장·매월 250만원 생활비 지급…진화하는 종신보험
연초부터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 신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3일 고객 선택의 폭은 넓히고 높은 수준의 건강보장을 더한 '교보실속있는평생든든건강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종신보험에 건강보장을 결합한 저해지환급금형 종신보험이다. 사망은 물론 암과 일반적질병(GI), 장기간병상태(LTC)까지 평생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상품은 가입 시 고객 니즈에 맞춰 선택의 폭도 넓혔다. 사망보장을 받으면서 GI와 LTC가 발생하면 각각 사망보험금의 80%와 100%를 미리 받는 '기본형'과 '보장강화형', 암 발병 시 사망보험금의 90%를 미리 받는 '암보장형'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농협생명도 같은 날 종신보험의 주요 기능인 사망보장과 납입 완료 시 지급하는 플러스지원금도 가입금액에 따라 최대 5.0%포인트 적립해주는 '더좋아진NH종신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주계약 사망보험금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는 체증형에 가입한다면 가입시점부터 매년 5%씩 최대 100%가 체증해 최대 200% 사망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해지환급금 일부지급형을 추가해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해지환급금 일부지급형은 납입기간 내 보험 해지 시 표준형 해지환급금의 50%를 지급해주는 유형이다. 중도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적은 대신 표준형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 

농협생명은 월 최대 25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생활비든든NH치매보험(무)'도 출시했다. 중증치매 진단 시 장기요양에 따른 부양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생존 시 매월 250만원의 생활비를 평생 보장받을 수 있다.

한화생명은 고객의 소득 수준과 보장 수요에 맞춰 사망보장을 치매보장으로 바꿀 수 있고, 보장 대상을 가족으로도 변경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평생동행 종신보험 2201'을 선보였다.

추가된 특약 10종 가운데 스마트치매전환의 경우 보험료 납입기간 경과 후 계약자가 주계약 사망보장의 일부를 치매 보장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다. 전환 시 피보험자를 배우자나 자녀로 선택할 수 있다.

가입자가 보장 범위를 자유롭게 설계하는 보험상품도 나왔다. 동양생명은 가입자가 원하는 보장을 자유롭게 설계해 맞춤형 보장을 제공하는 간편심사 보험인 '(무)수호천사간편한(335)내가만드는보장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보장내용과 금액이 미리 정해져 있는 기존 보험과 달리 가입자가 세분된 특약을 조합해 원하는 보험료 수준에 맞춰 필요한 보장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입자가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사항을 대폭 완화하고, 비갱신형이어서 최대 종신까지 보장해 유병자와 고령자의 보험 가입 문턱을 낮췄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생보사의 경우 1월과 4월에 집중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한다"며 "특히 1월에 출시하는 상품은 그해 생보사가 주력으로 판매할 상품으로, 연초 생보사들이 앞다퉈 종신보험을 출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올해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IFRS17 도입 1년 남아…보장성보험 확대 전략
생보사들이 앞다퉈 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데는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회계장부상 부채로 계산돼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종신보험의 판매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상품 대신 새 상품을 출시하려는 움직임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3분기까지 생보사의 보장성보험 신계약 매출(수입보험료)은 183조42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조2449억원(10%)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계정 전체 신계약액 감소수치(6.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보장성보험 신계약액 감소는 보장성보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종신보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상품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1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3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3%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313억원, 교보생명 269억원으로 각각 46.0%와 26.9% 줄었다. 특히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APE(연납화보험료)는 60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30억원 대비 20.2% 감소했다. APE는 모든 납입 형태의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모든 초회보험료를 연납화해 보험사 매출의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생보사의 종신보험 판매 부진은 잇따른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올해 종신보험 상품과 관련해 소비자경보만 3번 발령했다. 소비자경보 내용은 △종신보험 리모델링 영업 증가에 따른 원금손실 및 불충분 설명 피해 △기존 종신보험 해지 후 보험료가 더 비싼 체증형 보험 갈아타기 권유 주의 △종신보험을 사회초년생 목돈 마련 상품으로 설명, 판매에 따른 피해 등이다.

종신보험 판매 부진에 생보사들의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재무제표상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특히 향후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보다 온전히 매출로 인식되는 보장성보험 판매가 유리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영업이 위축된 점도 종신보험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보장성 보험 영업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대면 영업이 위축되자 방카슈랑스 채널(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 판매)에서 판매가 증가했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매출이 감소한 반면, 비대면 채널인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하는 저축성보험은 30조65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3209억원(21.0%) 증가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그간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한 판매 전략을 펴 왔지만 금소법 시행에 맞춰 금융당국의 종신보험 판매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대부분 대면 채널에서 판매되는 종신보험의 특성상 여러 차례에 걸친 소비자경보로 설계사들도 영업현장에서 종신보험을 권유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종신보험 판매를 늘리는 것은 생보사의 올해 최대 과제"라며 "생보업계가 당국의 규제 강화에 맞춰 종신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신상품 출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