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재무건전성 '기름칠'···7조 규모 '샤힌 프로젝트' 재개 검토

2022-01-06 05:05
작년 말 정제마진 코로나 이전수준 회복
업황 개선되며 투자 위한 기초체력 확보
코로나19로 멈춘 2단계 설비 추진 물꼬
시설 완공땐 석유화학 비중 12→25%

에쓰오일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했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 프로젝트를 올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추진 동력이 떨어졌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된 덕이다. 또한 에쓰오일의 건전성도 개선되면서 투자를 위한 기초체력도 나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 5조원을 투자해 완공한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에 이어 '샤힌(Shaheen·매)'이라 명명된 두 번째 단계 석유화학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발표한 '비전 2030'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되는 등 회사의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업황 부진으로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 여부를 내년 하반기 결정하겠다고 연기해 놓은 상태다. 이제 결정 시점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당초 에쓰오일은 7조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80만t 규모의 에틸렌,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고부가가치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시설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에쓰오일 매출(코로나19 이전 기준)에서 석유화학 부문 비중이 12%에서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에쓰오일이 코로나19 영향으로 1조9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샤힌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프로젝트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건전성 문제가 부각된 탓이다.

이 같은 실적 충격에 에쓰오일은 우선 대규모 투자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해왔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에쓰오일 고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하반기에 최종 투자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유산업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샤힌 프로젝트 재추진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국내 정유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 정제마진이 악화된 탓에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판매해 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실히 분위기가 변했다는 진단이다.
 

[사진=한국석유공사]

실제 월간 정제마진을 살펴보면 국내에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 2020년 3월 이후 1년6개월가량 3달러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통상 정제마진이 4달러를 넘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는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지난해 9월에야 5.3달러를 기록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경기 위축이 다소 풀리면서 정유 제품 수요도 회복된 것이다. 이에 지난해 12월까지 정제마진이 4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 입장에서는 정유 부문의 적자 걱정 없이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또한 에쓰오일의 재무 건전성 개선 성과도 눈에 띈다. 2020년 9월 말 7조6126억원에 달했던 총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5조5507억원으로 27.09%(2조619억원) 줄었다. 이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47.3%에서 30.7%로 16.6%포인트 개선됐다.

재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일단 정유산업 업황이 크게 개선됐다"며 "코로나19 영향에서 계획이 다소 흔들렸으나 올해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계획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에쓰오일]